금융감독원이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가 이하로는 매도 주문을 못 내도록 하는 소위 '업틱룰(up-tick rule)' 규정이 시세조종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판단 기준을 근거로 지난 4월 현대증권과 소속 직원을 블록딜(대규모 장외거래) 전 불법 공매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매도가 업틱룰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끌어내리는 시세조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금감원 해석은 블록딜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등 주식거래 전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4월 20일 열린 제8차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블록딜 전 불법 공매도 혐의로 이날 증선위에서 검찰에 통보된 현대증권 직원 A씨가 공매도한 종목은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한약품공업 2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4년 9월, 대한약품공업은 2015년 2월 각각 현대증권이 블록딜에 참여해 주식을 인수했는데 이 정보를 안 담당 직원 A씨가 두 종목을 미리 공매도한 것이다.
문제가 된 A씨는 당시 증선위에 출석해 "두 건 모두 업틱룰 규정에 의거해 적법하게 공매도를 진행한 것으로 시세조종 주문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주가 하락은 블록딜 이후 예정된 신규 상장 공시, 대한약품공업의 주가 하락은 전반적인 매수세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업틱룰을 지켰다고 해서 시세조종 혐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해당 직원은 블록딜을 앞두고 주가가 떨어져야 보다 싼값에 대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를 한 것"이라며 "업틱룰 규정을 준수했더라도 주가를 끌어내릴 의도로 다량의 공매도 호가를 냈다면 시세조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의한 인위적 주가 조종을 막을 수단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그동안 업틱룰 조항을 근거로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딜 이후 해당 종목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많아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공매도를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업틱룰이 공매도에 의한 주가 하락 속도를 늦추기는 하지만 하락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며 "학계에서는 공매도가 늘어나면 주가는 당연히 떨어진다고 보는 게 정설"이라고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