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자산별 비중 조절과 매매시점을 결정하는 소위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헤지펀드’가 최근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연초 신탁과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시작한 로보어드바이저 금융상품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공모펀드를 넘어 이제 헤지펀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원래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거액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고, 로보어드바이저는 대중을 위한 저비용 자산관리 상품이다. 올 상반기 액티브 펀드매니저의 80%가 시장 수익률도 못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로보어드바이저 헤지펀드가 더욱 눈길을 끈다.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인간이 아닌 로봇이 굴리는 펀드에 돈을 맡기겠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인 쿼터백투자자문에 헤지펀드 운용업 인가를 내줬다. 쿼터백은 다음주 사명을 쿼터백자산운용으로 변경하고, 이달말 글로벌 자산배분에 롱숏 전략을 가미한 로보어드바이저 헤지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쿼터백 로보롱숏(가칭)’ 헤지펀드는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로보어드바이저가 주식 채권 금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시황에 따라 투자 전망이 좋지 않은 국가나 지역, 자산군에 대해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공매도(숏) 전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7~10% 수준이다. 헤지펀드인 만큼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쿼터백자문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만큼 기본 운용보수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낮을 것”이라며 “성과보수는 일반 헤지펀드처럼 초과수익의 20%선을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투자자문사에서 헤지펀드 전문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자산운용도 지난달 29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 파운트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라임파운트 하이브리드’ 헤지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자산의 70%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배분, 나머지 30%는 펀드매니저의 롱숏 투자로 운용된다. 로봇과 인간의 역량을 합한 하이브리드(혼합)형 펀드인 셈이다.
라임파운트 헤지펀드의 기본 투자비용은 1.37%(가입액 50억원 미만 기준)이고 수익률이 연 5%를 초과하면 초과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배분에서 연 4~5%, 롱숏 투자에서 연 10% 목표 수익률을 합산하면 연간 6~7% 수준의 수익률 추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4개월전 첫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도 비교적 안착하고 있다. 쿼터백투자자문이 키움자산운용과 지난 4월 18일 출시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100일만에 200억원선을 끌어모았다. 올 들어 채권형펀드를 제외한 공모펀드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돋보이는 실적이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1%를 소폭 웃돌았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달말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 디셈버앤컴퍼니와 손잡고 국내 2호 로보어드바이저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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