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03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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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 추진된 법원발 회생기업 매각 일정이 대부분 마무리 되면서 매물로 나왔던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 졸업에 실패한 반면, 특정 분야에 강점을 지닌 중소형 건설사들은 순조롭게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기존의 사업영역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회생기업을 사들이려는 전략적 투자자(SI)들이 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 1일 올해 회생 건설사 중 최대어로 꼽히는 삼부토건 본입찰에 매각 유찰 결정을 내렸다. 미국계 투자회사 두곳이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끝내 자금조달 증명에 실패하며 적정한 매수자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다른 건설사 경남기업도 지난달 초 인수측과 가격협상이 결렬되는 바람에 매각에 실패하고 올해 하반기 중 다시 인수자를 찾아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키스톤PE와 인수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동부건설을 제외하면 법원이 매각을 추진한 회생 건설사중 총 자산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대형 업체들은 지난달 이후 모두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상태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동부건설의 자산은 6090억원, 경남기업은 7092억원이고 삼부토건은 매각중인 벨레상스 호텔을 포함해 자산규모가 1조 4586억원으로 평가된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나온 중소형 건설사들은 성공적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삼부토건과 같은날 본입찰을 진행한 모래 및 자갈채취업체 공영해운의 우협으로 아주산업을 선정했다. 또한 동아건설산업도 삼라마이다스(SM) 그룹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고 관계인 집회를 기다리고 있으며, 울트라건설도 지난달 총액 208억원에 호반건설의 품에 안겼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영해운의 자산은 1103억원이며 올해 3월에 평가된 동아건설산업의 자산은 1216억원, 울트라건설은 1453억원이다. 경남기업의 1/5 ~1/6 규모에 불과한 업체들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건설업체들이 전략적 투자자(SI)로 M&A 시장에 뛰어들어 중소형 건설사, 특화 건설사의 매각을 성사시켰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 무리한 자금 조달 없이도 쉽게 사들일 수 있고, 기존 사업 분야와 시너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 제조업체 아주산업은 공영해운을 인수할 경우 레미콘의 원자재인 모래 및 자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공영해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기 위해 연간 매출중 관급공사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울트라건설을 인수했으며, SM 그룹도 기존에 토목 분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에 주목해 '리비아 대수로 공사'등 다수의 토목실적을 보유한 동아건설산업을 사들였다.
한 M&A 업계 변호사는 "시공능력 평가 순위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 상반기는 특정 사업분야 실적이 딜의 성공여부를 갈랐다"면서 "하반기 법원발 M&A 시장도 전략적 투자자들이 상황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