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연예기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는 골든브릿지제4호스팩과의 합병계약을 해지하고 관련 진행 상황을 모두 취소하겠다고 공시했다. 결국 골든브릿지제4호스팩은 적절한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 위한 작업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날 이후 골든브릿지제4호스팩은 현재까지 계속 공모가(2000원)를 밑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량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큰 인기를 끌어온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최근 침체에 빠졌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 대다수가 마땅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는 데다 합병 추진 도중에 무산되거나 합병에 성공해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하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팩은 케이비제9호스팩, IBKS제4호스팩, 하이에이아이1호스팩, 미래에셋제5호스팩, 한국4호스팩 등 총 5개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스팩이 45개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3개 스팩과 대기 물량까지 감안해도 연내 20개를 채우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일반 기업 상장은 작년과 비슷한 추세로 늘고 있지만 스팩 상장은 상당히 줄어든 편"이라며 "공모주시장도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스팩 상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더구나 기존 스팩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새롭게 스팩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스팩은 저금리 시대 대안 투자처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비상장 기업과 합병에 성공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고, 상장 후 3년간 합병에 성공하지 못해 상장폐지돼도 원금 보장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인식에 투자 수요가 늘면서 증권사들은 앞다퉈 스팩을 선보였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이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합병할 만한 우량 기업을 찾기 못하자 현재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까지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팩 100개를 살펴본 결과 53개가 아직도 합병 대상을 찾지 못했고 12개는 이미 상장폐지됐다. 현재까지 합병상장에 성공한 스팩은 25개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합병을 결정한 7개를 포함해 합병상장을 진행 중인 스팩은 총 10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우회상장을 원하는 비상장 기업을 놓고 스팩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경쟁은 비상장 기업의 가치를 고평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시장의 질적 하락과 직결된다"고 전했다.
또 합병이 무산되거나 합병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 관심도 줄고 있다. 대부분의 스팩 투자자는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오를 때 매도해 차익을 거두는 전략을 추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합병 발표 이후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골든브릿지제4호스팩(드림티엔터테인먼트), 엔에이치스팩8호(라파스), 유안타제1호스팩(캐프) 등이 대표적이다. 또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썸에이지와 합병에 성공한 케이비제6호스팩은 지난 5월 13일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2000원)를 밑돌았다. 지난 12일 종가는 전일 대비 2.49% 내린 1765원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스팩시장 침체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스팩 수가 급증할 때마다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여왔다"며 "앞서 상장된 스팩들이 하나둘씩 합병에 성공하면 스팩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스팩 :
[송광섭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