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수동에서 줄을 서서 사 먹는 빵집으로 유명한 `밀도` 전경. [신수현 기자] |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지어 팔고 분양하면서 '주(住)'만 책임지던 디벨로퍼가 자신들이 지어 분양하는 상가의 상권 안정을 위해 상가를 100% 분양하는 게 아니라 일부 보유해 운영하며 한 단계 진화한 데 이어 상가에 들어갈 콘텐츠(외식업)까지 직접 만들며 '식(食)'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직접 상인 입장이 돼서 상가 운영 노하우를 쌓고 상가 업종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지역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상업시설로 자리매김하려면 '키 테넌트(상업시설의 핵심 점포)' 유치는 필수인 데다 특색 있는 다양한 업종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구색 맞추는 것이 힘들어 디벨로퍼가 아예 외식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위례신도시 아이파크 1·2차와 구리시 구리갈매지구 아이파크, 수원시 광교 아이파크 등을 개발하면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대표적이다. 네오밸류는 지난해 상업시설에 들어갈 콘텐츠 개발 전담 자회사 어반라이프를 설립했다. 어반라이프는 지역 사람들이 매일 단골집처럼 갈 수 있는 업종을 찾다가 작년 성수동 빵집 '밀도'를 인수했다. 어반라이프에 따르면 밀도의 주말 판매량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올해 분당 정자동과 강남 대치동, 신사동 가로수길, 위례 등에 밀도 추가 지점을 낼 예정이다.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는 "활성화한 상업시설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 고민하면서 베이커리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위례 아이파크2차 단지 내 상가에 직접 만든 북카페를 오는 10월 론칭하는 것도 지역 내 중심상권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디벨로퍼로 꼽히는 엠디엠(MDM)은 외식업에 네오밸류보다 먼저 뛰어들었다. 엠디엠은 정자동에 오피스빌딩 킨스타워를 개발하면서 상업시설 활성화를 위해 2005년 시푸드 레스토랑 블루코스트를 3층에 개점하면서 외식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블루코스트 인근에 토다이, 무스쿠스 등 시푸드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블루코스트는 문을 닫았다.
이후 엠디엠은 판교신도시 푸르지오 월드마크 상가시설인 '판교 월드스퀘어'에 '홀썸치킨'을 2014년 개장하면서 외식업에 재도전했다. MDM이 판교 월드스퀘어를 개발하면서 상권 안정화를 위해 일부 물량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콘텐츠 개발에도 나선 셈이다. 엠디엠이 주상복합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를 개발하면서 올해 상가 내 홀썸치킨 2호점(광교 홀썸치킨)을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엠디엠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사가 시행해 오는 10월 입주하는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입주민에게 식사 제공 서비스까지 계획했다. 외주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엠디엠이 요리 담당 등 전담 직원을 채용해 직접 만들어서 제공할 예정이다.
남악 신도시 옥암 푸르지오 개발 사업 등에 참여했던 내외주건도 외식 담당 법인을 만들고 교대역 부근에 치킨집 '캔프'를 운영하고 있다. 사당역을 대표하는 대형 상업시설 파스텔시티를 시행한 파스텔은 간접적으로 같은 건물 6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브에비뉴'를 운영하고 있다. 파스텔 회장 아들이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디벨로퍼가 외식업에 손대는 이유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상업시설 전체를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상가가 활성화하면 키 테넌트 유치가 쉬워지는 데다 임차인도 선별해서 받는 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