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베트남 핀테크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지 간편송금 시장에 진출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은 이를 토대로 베트남 시장을 인도네시아와 함께 동남아 진출의 핵심 시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6일 베트남 핀테크업체인 엠-서비스(M-Service)와 업무협약을 맺는다. 엠-서비스는 베트남 전자결제 분야 1위 업체로 현지 100만 가입자와 4000여 개 오프라인 제휴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50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은 이번 협약 이후 엠-서비스의 현지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비뱅크' '위비톡'을 이용한 간편송금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휴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2월께 개발 완료될 간편송금 서비스는 국내 베트남 근로자와 베트남 현지 가족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모바일플랫폼인 '위비뱅크'와 '위비톡'을 통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은행에 가지 않고도 현지인의 휴대폰 번호만으로 송금하고 현금 인출은 물론 엠-서비스의 모바일 앱인 '모모'를 통해 영화나 버스 티켓 구입, 휴대폰 요금 충전, 온라인쇼핑몰 결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며 현지 영업력을 확장한 것과 상반되게 베트남에서는 현지법인 중심의 다양한 리테일 영업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이다.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은 "베트남 현지 금융사 인수 여건이 여의치 않아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카드사업 등 차근차근 영업력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에는 서울보증보험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현지인을 대상으로 모기지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20% 정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2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법인 신설 관련 가승인을 획득한 우리은행은 올해 10월께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신설할 예정이다. 지금은 하노이와 호찌민에 각각 지점 1곳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또 2017년 상반기 중 우리카드와 함께 베트남 현지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연계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먼저 진출한 신한은행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다.
조만간 우리은행은 한화생명과 협업해 한화생명 상품들을 우리은행 베트남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베트남 보험시장 8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 영업 경험이 풍부해 양사 간 협력을 통해 베트남 방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영업망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베트남 내에 약 20개의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취임 이후 글로벌 사업 확대를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국제부를 '글로벌전략부'와 '글로벌영업지원부'로 확대·개편했다. 특히 글로벌전략부에는 '글로벌데스크팀'을 신설해 지역별 맞춤형 영업전략을 세우게 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11월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글로벌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한 데 이어 이를 올해 말까지 400개, 2020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