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통계를 전문적으로 산출하는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잇달아 엇갈리는 수치를 발표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조사 방법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하지만 수 천 만원씩 차이가 발생해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평균 주택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적지 않은 차이가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며 최근 가격 격차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2월 통계를 보면 감정원이 산출한 전국 평균 집값은 2억3141만원으로 국민은행 평균값인 2억5736만원 보다 2595만원 낮았다. 서울 평균 집값 역시 감정원은 4억5212만원으로 산출했지만 국민은행은 이보다 1775만원 비싼 4억6987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두 기관의 집값 차이는 2013년 일시적으로 좁혀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벌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은행은 지난달 전국 평균 집값이 사상 처음 3억원을 돌파해 3억30만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감정원은 전국 평균 집값이 이보다 5328만원 낮은 2억4702만원이라고 밝혔다.
서울 평균 집값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6월 서울의 주택 평균가격이 사상 처음 5억원을 돌파해 5억198만원을 기록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이튿날 감정원은 4억6148만원으로 아직 5억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당시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국민은행이 유형별 주택 재고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아파트 표본 비율이 감정원보다 높아 평균 가격도 높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의 집값 통계 조사방법을 비교해 보면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두 기관은 가격 산출 기준일과 통계 산출 방법은 거의 같지만 조사지역과 표본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감정원은 조사지역이 국민은행보다 넓다. 감정원은 전국 206개 지역 아파트 시세를 조사하지만 국민은행은 172개 지역 시세를 조사하고 있다. 연립·단독주택 역시 감정원은 215개 지역에서 조사하지만 국민은행은 153개 지역에서 가격을 뽑고 있다.
감정원은 조사지역이 넓지만 표본수는 국민은행이 많다. 감정원의 총 표본수는 2만5260가구로 국민은행 표본 3만4495가구보다 9235가구가 적다.
국민은행은 감정원보다 표본수는 많지만 가격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게 표본이 설계됐다. 감정원의 경우 총 표본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2%인데 반해 국민은행은 87.9%에 이른다.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단독·다세대·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전체 주택가격은 감정원 통계에 무게감이 실리지만 아파트 가격은 국민은행 통계가 더 정확한 것 같다”며 “통계는 각각의 집값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흐름을 파악하는데 참고할 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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