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활비를 목적으로 한 대출액이 지난 1년 새 8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주택을 담보로 생계자금을 빚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택 구입용이 아닌 ‘비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7월 말 기준 135조5987억원으로 지난해 7월 말(127조1548억원)보다 8조4440억원(6.6%) 증가했다.
최근 증가세는 뚜렷하다. 지난 1월의 경우 전년동월 대비 5.1% 증가했던 생활비용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5월 1.8%로 다소 누그러졌다. 이후 6월과 7월에는 각각 6.8%, 6.6%씩 전년동월 대비 늘었다.
생활비용 주택담보대출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은 주택을 사기 위해 새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따로 코드를 매겨 구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비나 가계 운영비 등이 부족한 이들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산(주택)은 있지만 유동성(현금)이 부족한 이들이 생활비용 주택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생활비용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부채의 질적 악화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증가가 생활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퇴한 뒤 벌이가 없는 50·60대들이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등을 퇴직금과 기존 저축액으로 창업한 뒤 이를 근근히 버텨가면서 들이는 운영자금을 집 담보로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최근 경기악화로 자영업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퇴직금과 목돈으로 창업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이후 장사가 안되더라도 끝까지 버티면서 소소한 운영자금 등을 주택담보대출로 감당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이상에 따른 담보가치 상승으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것을 생활자금이나 창업·운영자금올 더 빌린다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적 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은퇴를 했거나 수년 내 은퇴 예정인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715만 명(55년~63년생)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 668만명(68~74년생) 등의 은퇴까지 합치면 결국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는 경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4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에서 70%로 상향됐고 이후 주택가격이 올라가면서 담보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대출 가능 액수가 늘어난 것도 생활비용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신용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차주입장에서는 당장은 대출을 받아 현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경기 악화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하면 연체율 상승이 벌어질 수 있다. 개별 차주입장에서는 유일한 자산인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가중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액이 증가한 것은 상환능력이 좋아졌거나 은행이 대출을 쉽게 해줬기 때문이 아니라 저금리
한편 집단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다.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8월 말 잔액은 105조7558억원으로 전월 대비 0.88% 증가했다. 지난 7월 말 잔액 증가율(1.14%)보다는 다소 누그러 졌지만 여전히 가파르게 늘고 있다.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