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6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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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티니위니 사업권 및 글로벌 상표권 매각으로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이랜드그룹이 이를 핑계로 킴스클럽 매각을 돌연 철회해 자본시장 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M&A 과정에서도 수 차례 말을 바꾸는 행태를 보인 탓에 자본시장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이하 이랜드)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티니위니 사업권 및 글로벌 상표권 매각을 공식 발표하고 기존에 추진해오던 킴스클럽 매각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규진 이랜드 M&A총괄 상무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킴스클럽을 매각하려 했으나 그 효과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랜드의 이 같은 결정이 사전에 거래 상대방인 KKR 및 관련 주간사들과 제대로 협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규진 상무는 이날 간담회에서 KKR과 킴스클럽 매각에 대한 구속력이 있는 MOU를 맺은 것과 관련해 "계약 위반시 위약금을 줘야하는 요건들이 있는데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며 "위약금을 주게 되더라도 회사에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며 KKR과 추가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KR측에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 상무의 발언이 이랜드가 KKR과 사전교감 및 협의없이 매각 철회를 결정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KKR의 킴스클럽 인수자문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인수금융을 준비해왔던 미래에셋대우 등도 이날 발표를 듣고 서야 거래가 무산됐음을 알았다는 후문이다.
이 거래의 한 관계자는 "오전까지만 해도 설마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아무런 협의없이 언론에 공표할 줄은 몰랐다"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상도의를 아예 무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킴스클럽 매각은 작년 연말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꺼낸 비장의 카드였다. 이례적으로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발표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매각 성사에 대한 높은 의지를 보였다.
매각 절차가 시작되고 40여곳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가면서 올 상반기 최대 흥행 딜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실제 예비입찰에는 신세계와 롯데 등 주요 전략적투자자(SI)들이 모두 불참해 김이 빠졌다.
이어 이랜드는 투자자들이 뉴코아 강남점 부동산 일체를 요구한다며 뉴코아 강남점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뉴코아 강남점 매각 결정이 무색하게도 본입찰에는 KKR만 단독 응찰했다. 일각에선 뉴코아 강남점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랜드는 이를 곧바로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7월 KKR과 맺은 양해각서(MOU)에는 매각 대상에서 뉴코아 강남점이 빠져있었다.
매각 일정도 번번이 밀렸다. 상반기 내 매각을 완료하겠다던 이랜드는 KKR과의 MOU를 맺으며 7월31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8월말이 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랜드는 매각 일정이 연기되는 부분에 대해 "KKR이 글로벌 PEF라 그런지 내부 승인 절차 등이 복잡해 일정이 늘어지고 있다"고 변명했다.
씨티는 이랜드와 무려 세 번의 악연이 생겼다. 홈에버 이랜드측 리파이낸싱 자문,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홍콩 IPO 주간, 킴스클럽 KKR측 인수자문을 맡아 이랜드와 인연을 맺었지만 매번 딜이 취소되거나 성사되지 못해 헛수고만 했다.
CS도 마찬가지다.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두번째 IPO 때 주간을 맡았으나 그 역시 무산됐고, 이때 인연으로 올해 다시 차이나홀딩스 프리IPO 주간사가 됐으나 이번 티니위니 매각으로 또 다시 취소된 분위기다.
상반기 이랜드가 발표했던 이랜드리테일 IPO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는 2014년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IPO를 약속했지만 매번 시장 상황을 핑계로 번복했다. 이번에도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IPO와 관련해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해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얼마든지 엎을 수 있다는 게 IB업계 주된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본시장에서 거래를 해나가야 할텐데 누가 이랜드와 거래를 하려 하겠느냐"며 "채권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완전히 막히면 주식시장이나 M&A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