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에 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테마주들이 최근 하루 새 30~40% 가까이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부산주공은 장중 한때 5250원까지 올랐다가 결국 하한가(29.93%)인 3230원으로 마감해 하루 진폭이 38.5%에 달했다. 앞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이달 들어 전날까지 117% 급상승했던 에쓰씨엔지니어링도 이날 25.37% 급락한 5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날까지 최근 열흘 새 4배 이상 뛰었던 파인디앤씨가 이날 하한가인 6010원으로 마감했다. 파인디앤씨는 전날에도 장중 등락폭이 30%를 웃돌았다. 이들 종목에 투자한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반기로 대표가 이날 본인이 "반 총장의 사촌동생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삽시간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일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호 씨가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보성파워텍도 지난 1일 1만1050원에 달했던 주가가 이날 5920원으로 마감해 반 토막이 났다. 반면 반 총장의 외조카가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류제조 업체 지엔코는 이날 13.18% 오른 7470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관련주로는 바른손과 우리들휴브레인이 꼽히는데 이달 들어 주가가 각각 46.96%, 29.39% 급등했다. 이들 회사는 문 전 대표가 근무한 로펌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와 관련된 회사라는 이유로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토탈소프트(박원순 서울시장), 진양산업(오세훈 전 서울시장), 백금T&A(안희정 충남지사), 삼일기업공사(유승민 의원) 등은 해당 기업 경영진이 정치인과 동향·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테마주는 친·인척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해당 정치인과의 연관성도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또 누가 무슨 기준으로 테마주를 선정했는지도 모호해 자칫 개미들은 작전세력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보육정책을 발표하자 유아 관련 업체들이 갑자기 수혜주로 부각됐고, 앞서 언급한 우리들휴브레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 때문에 안희정 지사 수혜주로도 분류되는 실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인이 대통령이 되면 무조건 지인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잘못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피해는 개미들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빠른 속도로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뒤늦게 상승 흐름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은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제 박 대통령 수혜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의 당선 후 1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60% 이상 폭락한 종목도 있다.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와 관련된 회사로 알려진 EG는 대선 후 1년 새 63.64%나 급락했다. 회사 대표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혜주로 묶인 넥스트칩도 같은 기간 주가가 63.5% 추락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 관련주로 분류된 서희건설(-21.91%)과 위노바(-47.31%)도 대선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인들도 테마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대선캠프 출신인 한 의원 보좌관은 "공개적으로 부정할 경우 주가 하락은 뻔하고 피해자들은 해당 후보 지지 철회로 이어질 수 있어 섣불리 대응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되면 테마주들은 청와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게 돼 비즈니스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