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한미약품은 장마감 후 미국 제약회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이날 한미약품 종가는 62만원이었다. 작년 7월 말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페암 치료제 기술을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했다고 밝힌 이후 '제2의 한미약품'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거품 논란으로 제약바이오주가 부진했던 상황에 나온 희소식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시장의 긍정 흐름은 곧바로 목표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은 다음날 장 개장 전 공개된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상향한 경우가 많았다. 현대증권은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10만원에서 122만원으로 상향했다. 전날 주가 대비 2배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본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년 연속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며 목표가를 100만원에서 109만원까지 올렸다. SK증권(96만원), HMC투자증권(90만원), KTB투자증권(88만원) 등도 목표주가 상향 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목표가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동부증권은 '기다리던 또 한번의 쾌거', 교보증권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약개발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제목의 호평 보고서를 각각 냈다.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이런 보고서를 믿고 장 초반부터 투자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29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작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내성 표적항암제 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받는다고 공시한다.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1만2000원(18.06%) 내린 50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 30분 동안 한미약품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부당 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주말과 개천절 연휴를 마치고 증시가 재개된 가운데 주가가 오른다며 사라고 외치던 증권사들이 슬그머니 목표가를 내렸다.
가장 높은 수준(122만원)을 제시한 현대증권은 71만원으로 내렸다. 유진증권도 109만원의 목표가를 74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HMC투자증권은 전날 올렸던 목표가(90만원)에서
목표주가란 보통 6개월을 목표로 상승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장기 흐름 속에 단기 변수가 무수히 존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너무 여론을 의식한 보고서가 난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종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