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대 단지 내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제까지만 해도 물건을 구해 달라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앞으로 언제 팔아야 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온다"며 "일단 13일 실시되는 주민공람을 기다려 보자는 눈치지만 시장 분위기가 며칠 사이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2~3개월 새 거침없이 오르던 압구정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2012년 50층 초고층 재건축 개발이 백지화한 뒤 4년 만에 새 개발안이 발표됐지만 최고 층수가 35층으로 제한되자 그동안 부풀었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는 모양새다. 1만가구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구현대아파트는 지난 6~8월에 거래가 많이 되면서 가격이 전고점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했지만 이제는 가격 상승폭이 줄고 급기야 5000만~8000만원가량 내린 급매물도 슬그머니 등장했다.
16억5000만원이던 구현대 30평형대는 15억7000만원 급매로 나왔다. 구현대 5차 전용 85㎡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19억원 안팎에도 주인을 못 찾았다.
실제 압구정 아파트값은 서울시 정책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1년 서울시가 최고 50층 아파트 1만여 가구에 서울광장 17배 넓이의 공원이 조성되는 내용의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자 아파트값은 일제히 올라 당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2년 10월 25%의 기부채납 비율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재건축을 반대하면서 지구단위계획이 백지화하고 주택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전고점보다 20~30%가량 빠졌다. 그러다 2014년 말 서울시와 강남구가 새로운 개발기본계획 마련에 나서면서 아파트 가격이 소폭 반등했고, 올 들어 9~10월 지구단위계획으로 바꾼 청사진 공개를 앞두고 기대감에 지난 3분기(7~9월) 많게는 2억~3억원씩 급등해 또다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C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을 10년 이상 내다보기 때문에 사업 시기가 다소 늦어지는 것에 대한 반감은 적은데 층수, 용적률, 기부채납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이번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거나 또다시 무산될 경우 가격을 내린 매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압구정 아파트값은 당분간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웰부동산중개법인 관계자는 "단기간에 재건축이 어렵다는 것을 투자자들도 잘 알고 있고, 이 틈을 타 가격 조정된 물건을 사려는 매수세가 받쳐주고 있어 시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층수가 부각됐지만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도 뜨거운 감자다. 서울시는 재건축 때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60% 이상 지어야 하는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적용해 24개 단지 6개 구역을 통틀어 현재 1만299가구가 재건축 후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형 평형을 많이 지으면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져 추가분담금이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
반면 '부촌의 상징'인 압구정에 걸맞게 1대1 재건축으로 중대형 평형을 늘려야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층수, 기부채납, 소형평형의무비율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재건축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가격이 반등할 수도 있다"며 "주민공람 등 사업 진행 추이를 지켜보며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