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과 현대상선 등 문제가 됐던 사례를 통해 공매도 제도가 문제인지, 불공정 행위를 한 사람의 문제인지를 구분해보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최근 한미약품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매도와 공시 제도를 이용한 시세조종 불공정 거래라고 본다"며 "공매도는 어느 시장에서나 통용되는 제도인데 이를 없애거나 위축시켜서 매력이 없는 시장을 만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매도 제도 개선 필요성 지적에 대해 "유상증자 가격 산정 시점을 증자 공시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에서 빗발치는 공매도 제한 요구에 제도 개선은 추진하되 시장에 미칠 부작용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 때문에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최근 미국·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미국은 증자 발행가격 결정 5영업일 전부터 발행가격 결정 당일까지 공매도를 한 경우 증자 참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 공매도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증권사와 스왑(수익교환) 방식으로 공매도를 해 실제 주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벌써 제기된다. 개인투자자들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증자 계획 공시 후 완료 때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경우 공매도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를 차단할 수 있지만 시장의 자율적 가격 형성 기능을 방해하고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금융위는 유상증자 가격 산정 시점을 증자 공시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증자 참여 매력이 떨어지면서 증자 자체가 실패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공매도를 할 수 없다는 게 불만인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