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를 정해 놓고 현금처럼 쓸 수 있어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직장인들도 마이너스통장 활용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모가 증가 추세를 이어 가면서 가계부채를 늘리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계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우리)의 지난 9월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은 50조877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다. 마이너스 대출 수요가 많은 휴가철인 7월(49조6218억원)과 8월(50조8036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특히 우리·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우리은행은 2조4238억원, 신한은행은 1조6501억원으로, 큰 폭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 증가액(7659억원)의 세 배 가까이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은행은 다양한 저금리 마이너스통장 신상품을 출시해 다른 은행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년간 200만원까지 연 1%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위아래 연 1%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지난달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확대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일단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늘고 있는 것은 직장인들이 빚을 내 생계형 자금을 끌어 쓰고 있다는 것으로 가계부채 질이 나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득은 늘지 않은 상황에서 모자란 생활비를 마이너스통장에서 꺼내 쓰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현금처럼 언제든지 빼내 쓸 수 있고 특정 시점에 이자가 자동적으로 상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빠져나간다는 점에 둔감해지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가 곧바로 가계부채 확대로 연결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전체 가계부채에서 마이너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이나 예·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이 지난 9월 말 현재 169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8000억원 늘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기타대출 잔액은 8조4000억원이나 급증해 이미 지난 한 해 동안의 증가액 8조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대출절벽을 염려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수요에 의한 대출이기 때문에 당장 규제책을 마련하면 대출절벽이 일어날 수 있다"며 "(12월에 도입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통해 은행이 차주들의 빚을 들여다보고 리스크관리를 해나가면 급증세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2011년 8월 은행들이 가계대출 연내 한도를 조기 소진해 마이너스통장이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거절하거
마이너스통장이란 약정 기간에 한도 금액 내에서 수시로 돈을 빌리고 갚는 일종의 신용한도대출이다. 한 번 개설해 놓으면 만기 때까지 은행을 찾을 필요 없이 통장에서 수시로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다만 신용대출이므로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김효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