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문화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류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영란법 시행과 '혼술(혼자 술 먹기)' 확산에 따라 음주문화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주류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증권업계도 국내 주류업체들의 공급 과잉 문제를 우려하며 전반적인 목표주가 재조정에 나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4개 증권사가 국내 주류 상장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현대·이베스트투자·NH투자증권은 롯데칠성의 목표주가를 평균 15%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등 3개 증권사는 하이트진로의 목표가를 2만원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10%가량 낮춰 잡았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양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매도' 추천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시장에서 중립 의견은 당분간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증권업계가 국내 대표 주류기업 몸값 손질에 나선 이유는 맥주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감소 우려 때문이다.
아직 주점이나 음식점의 주류 판매량 변화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김영란법과 혼술 문화 확산 영향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 맥주 판매 증가로만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이달 첫 주 수입맥주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와 44% 증가했으며 가격 할인 행사까지 진행 중인 편의점 판매량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란법 시행 여파와 혼술 문화 확산은 1인당 음주량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무너지고 있다. 특히 맥주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하이트진로는 직격탄을 맞았다. 상반기 기준 하이트진로에서 맥주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9%며 이 중 내수시장 판매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482억원) 대비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7일 기준 전망치는 400억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 등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전망치는 두 달 전 대비 20% 가까이 하향 조정한 410억원까지 떨어졌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가정보다 유흥업소·주점에서 소비하는 제품이 많아 3분기 말부터 시작된 김영란법은 큰 부담"이라며 "고용, 회식비 등이 경기에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흥업소·주점의 주류 소비는 한동안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의 부상으로 맥주시장 경쟁은 심화되는데 국내 업체들은 증설에 따른 공급량만 확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