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최근 6 거래일 동안 1조원어치 한국 주식을 사는데 코스피는 그 기간 고작 6.87포인트(0.34%) 올랐을 뿐이다. 국내 증시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에다 전망까지 암울해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호조와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변수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계속 사고 있지만 향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마저도 떠날 수 있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34포인트(0.02%) 하락한 2040.60에 거래를 마쳤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이 119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2040선 붕괴를 간신히 막았다. 기관이 6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123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단기 수익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화제는 단연 외국인투자자들. 이들은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6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치는 등 1조553억원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6일 연속 순매수 랠리는 이번까지 모두 다섯 번으로 모두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번 랠리는 상승폭이 0.34%에 그칠 정도로 약발이 약했다.
앞서 외국인 연속 매수 기간이었던 2월 25일~3월 7일에는 지수가 1912에서 1957로 상승해 2.35% 올랐고, 3월과 4월 2.28%, 7~8월 랠리에선 무려 3.38%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한국 주식을 10조원(순매수액 기준) 넘게 쓸어담았다. 이는 2012년(16조원) 이후 최대 규모로 4년 만에 외국인들이 코스피에 돌아온 것이다.
외국인이 돌아온 이유는 기본적으로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고 전반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좋은 편"이라며 "최근 중국 소매지표 등이 나왔는데 예상치를 밑돌았고 유럽이나 일본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로 외국인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최근 외국인 매수가 삼성전자의 악재 해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19~20일 1753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한국시장 노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코스피 시가총액의 1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의 악재가 삼성 전체의 미래 가치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주에 삼성전자 주가가 한번 크게 출렁였는데 일시적 저점 매수 구간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많은 국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에 동참할 것"이란 발언으로 19일(한국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이 배럴당 51.6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14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최근 유가와 국내 증시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의 또 다른 매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 상승세로 정유·화학주가 강세를 보였다. 한화케미칼(3.25%), LG화학(2.66%), SK이노베이션(1.90%), 에쓰오일(1.45%), GS(1.15%) 등이 동반 상승했다.
외국인들은 화학주를 4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날과 비슷한 투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도 결국 떠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 국내에선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株)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현대차의 이익 전망치 하향과 함께 IT, 자동차 업종 전반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지수 전체의 상승 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에는 업종별
더욱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연말께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원화 약세가 예상되면 외국인들의 한국시장 엑소더스도 예상된다.
[문일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