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19% 하락한 640.17로 장을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지수가 하락하며 640선도 위태롭다. 종가 기준으로 640 아래를 기록한 것은 올해 2월 18일(638.43)이 마지막이다.
이날도 장중 한때 636.40까지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 하락을 부채질하는 것은 기관들의 '팔자' 움직임이다. 이날까지 기관은 17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최장 기간 연속 순매도 기록을 바꿨다. 이전까지는 16거래일 연속(올해 3월 11일~4월 1일)이 올해 최장 기록이었다. 17거래일 동안 코스닥지수는 7.19% 하락했다.
특히 올해 기관들이 예년보다 더 강하게 코스닥 매도에 나서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기관들이 팔아치운 코스닥 규모는 2000억원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24일까지 코스닥에서 기관들의 순매도 금액이 무려 4조5590억원에 달한다. 이달에만 기관은 45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기관들이 쏟아내는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개인들이 꾸준히 코스닥 종목을 매입하고 있는 게 그마나 지수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 코스닥지수는 지난 8월 16일 700선 이하로 떨어진 후 두 달 넘게 600선에 머물며 '박스닥(박스권+코스닥)'을 형성하고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8~9월 대형 기관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수익률이 좋았던 중소형주 비중을 줄여가자 지수도 덩달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속에서 기관들이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코스닥으로 쏠렸던 현상에 대한 반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 지수 상승을 끌어올릴 동력을 찾기 힘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증권사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71개 코스닥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4분기 및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가 최근 몇 달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말 및 9월 말과 비교해 지난 24일 기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6.26%, 4.14% 하락했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도 8월 말 대비 4% 이상 감소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2674억원으로 8월 말(2827억원)과 비교해 5.4% 하향 조정됐다. 정보기술(IT) 대장주인 카카오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2.6% 급락했다.
코스닥 상승을 이끌어온 주도주의 주가가 최근 부진한 것도 코스닥 위기의 원인이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플러스 수익률을 보여준 종목은 전무하다. 시총 1·2위인 셀트리온(-2.07%)과 카카오(-1.34%)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바이오·제약 관련 시총 상위 종목의 낙폭은 더 크다. 메디톡스와 바이로메드 주가는 이달 각각 13.43%, 18.15% 폭락했다.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주인 로엔도 10% 넘게 하락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핵심인 제약·바이오 업종이 한미약품 사건 이후 신뢰를 잃으면서 주가도 동반 하락 중"이라며 "아울러 갤럭시노트7 사건까지 불거지며 또 다른 핵심 축인 IT 부문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상화 센터장은 "최근 주가 흐름은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는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IG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닥의 주간 투자심리도가 200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를 기록했다. 주간 투자심리도는 최근 10주간 지수가 몇 번 상승·하락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라는 의미는 최근 10주 동안 지수가 1번 상승하고 9번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기호 LIG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97년부터 올해까지 코스닥에서 투자심리도가 10%를 기록한 것은 총 5번밖에 없다"며 "1998년을 제외하고는 장기간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다른 대안이 없다면 모르지만 굳이 '왜 지금 코스닥에 투자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말까지 60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조익재 센터장은 "중소형주는 연말·연초 반등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조영준 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은 내년 1분기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위기에서 진주를 캐고 싶은 개인투자자라면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과 수급 때문에 낙폭이 큰 종목 위주로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