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시장 관리방안이 3일 공개되자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비롯한 서울 아파트 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강남4구의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되고 서울 전역이 청약규제 조정지역으로 묶이는 등 정부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처방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별로 차등화된 청약시장 규제에 나서면서 규제 대상으로 묶인 지역과 규제를 비켜간 지역의 주택시장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직격탄을 맞은 곳은 올해안에 분양이 예정된 단지들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3일 이후 조정지역 37곳에서 연말까지 예정된 일반분양 아파트는 1만6233가구에 이른다. 이들 아파트는 지역에 따라 청약후 1년6개월~입주 때까지 분양권전매가 금지된다.
특히 이날 발표 직후인 4일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을 받으려던 2개 단지를 일정을 연기했다.
중흥건설이 분양하려던 동탄 중흥S-클레스 에코밸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중도금대출보증을 받지 못해 일정을 미뤘다. 업계에서는 HUG가 정부의 청약시장 과열 진정의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보증서 발급을 기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도 4일로 잡았던 일정을 일단 뒤로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른 분양단지들도 고민에 빠졌다. 이번달 분양 예정인 서초 잠원동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조합 관계자는 “전매제한이 1년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당황스럽다”면서 “견본주택 인테리어와 가격 산정 때문에 분양 일정을 늦췄는데 악재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 조합원들도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경쟁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분양가를 높이 책정하기 어렵게 됐고, 시공사도 분양 마케팅 예산 확대가 불가피해져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말 분양 예정인 강북의 마포 ‘신촌그랑자이’(대흥2구역 재개발)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마포 일대 분양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그랑자이 조합 측이 3.3㎡당 분양가를 2500만~2600만원 선으로 정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번 규제가 발표되면서 2400만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청약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다는데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분양권 전매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신규 주택시장에서 나타났던 과도한 청약경쟁률 문제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도 “생각보다 강도가 높은 조치여서 분양시장의 단기적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약시장 위축이 매매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압구정에도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 공인중개업소들에도 하루종일 ‘매도가’를 알아보려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 재건축과 분양 시장은 비수기와 맞물려 상당기간 동면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시장도 내년 봄 이사철까지 거래가 줄어들며 가격 하락의 전형적인 조정국면 진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분양권 전매제한 대상이 아닌 지역이 수혜를 입는 풍선효과도 나올 수 있다. 이날 1순위 청약 접수를 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의 견본주택에는 아침부터 11·3 대책이 적용되는지 묻는 문의가 쏟아졌다.
분양 관계자는 “적용 기준일 이전에 모집 공고를 받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같은 설명을 반복 중”이라며 “앞으로 기대 웃돈이 떨어지지나 않을 지, 다른 단지 중복 청약시 불이익이 있는 지 등을 투자 상담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입주권과 기존 분양권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있다. 저금리에 부동자금이 넘치고 있어 다른 투자대안을 찾지 못하면 다시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전·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준공된 지 오래되지 않은 소형 아파트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는 이유다. .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가 심한 분양권보다는 전·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소형 새 아파트가 오히려 좋은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예상외 강력한 규제에 당혹해하면서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형 건설사인 A사의 한 임원은 “전매제한 1년을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대책이 강하게 나왔다”며 “신규 분양시기를 조절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인 B사 임원은
한편 정부의 부동산 규제예고로 관망세가 확산되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주 대비 0.15% 올라 5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기정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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