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처음 도입돼 2년 동안 4조원 가까이 팔리면서 큰 인기를 모았던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를 찾는 자산가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3조6518억원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3조8378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세운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는 하반기 상장이 예정된 대형 공모주 3인방(호텔롯데 두산밥캣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작년 말 대비 4000억원가량 설정액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공모청약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하이일드펀드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현재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설정 잔액 가운데 약 5000억원은 공모펀드이고 나머지 3조1500억원가량은 사모펀드 형태로 팔렸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금융투자협회가 자산운용사별 설정액을 월별로 사후 집계하는 구조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공모펀드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최근 6개월 동안 800억원 정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는 펀드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하이일드)에 투자한다. 이 펀드 투자자들은 1인당 3000만원 안에서 배당과 이자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하고 15.4% 세율을 적용받는 분리과세 혜택을 얻는다.
투자자들은 또 신규상장(IPO) 공모주 물량 가운데 10%를 우선 배정받는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 때문에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가 '머스트해브(Must Have)' 금융상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하이일드펀드를 찾는 수요가 최근 뜸해진 가장 큰 이유는 상장을 앞둔 대형 공모주의 부재다. 이달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2~3일)와 두산밥캣(8~9일)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에도 눈에 띄는 대형 공모주가 거의 없는 상태다. 애초 올해 6월 상장 예정이었다가 검찰 수사로 일정을 연기한 호텔롯데와 넥슨에 이어 국내 게임업계 2위인 넷마블 정도가 그나마 관심 대상이다.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이 가장 많은 운용사는 KTB자산운용으로 7400억원이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마케팅팀장은 "내년 이후 눈에 띄는 대형 공모주가 없지만 어차피 공모주에 들어갈 자금이라면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공모주들의 성과에 따라 투자자들 심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채권값 하락이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하이일드채권 발행 기업들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나 부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피해는 펀드 투자자가 고스란히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BBB+ 등급 회사채 1년물 평균 금리는 4.06%로 지난 9일 3.69%에 비해 0.37%포인트(37bp)나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 상승폭(20bp)에 비해 2배가량 상승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하이일드펀드
■ <용어 설명>
▷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 신용등급 BBB+ 이하 하이일드 채권을 30% 이상 포함해 총자산의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종합소득세와의 분리과세 및 공모주 10% 우선 배정 혜택이 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