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금융상담 프로그램인 '챗봇(채팅로봇)'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챗봇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는 'NH농협은행 금융봇(bot)'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현재 상품 안내, 자주 묻는 질문(FAQ), 이벤트 안내, 이용시간 안내 등 기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향후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해 금융상품 추천 등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단말시스템·규정 등을 상담해주는 챗봇 헬프데스크를 운영할 계획이다. 직원이 특정 업무 처리를 위한 전산코드가 기억나지 않을 때 기존에는 상담원에게 전화하거나 검색을 통해 찾아야 했지만 챗봇 헬프데스크가 운영되면 간단한 채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시범서비스를 통해 상담의 정확도를 높인 후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챗봇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제휴를 맺고 챗봇 도입에 들어갔다.
KEB하나은행 역시 간단한 문자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채팅 기반 송금 서비스인 '텍스트 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제2금융권에서도 챗봇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한카드는 고객들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 조언을 해주는 '판페이봇'을 내놨다. 라이나생명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AI로부터 보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챗봇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제 금융 상담원과 대화하는 것처럼 고객의 다양한 금융 관련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챗봇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AI, 머신러닝 등이 모두 결합된 것으로 애플 시리와 같은 'AI 비서'로 이해하면 된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챗봇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것은 기존 상담 서비스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챗봇 서비스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하면 은행원 특히 금융상품 추천·상담을 담당하는 자산운용 인력이나 고객서비스(CS) 인력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챗봇을 비롯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금융권 인력·점포 수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3년 말 4065개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3840개로 200개 넘게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챗봇 서비스가 기존 상담 인력 상당수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