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악재가 해소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외국인이 대규모 선물 계약으로 국내 주식 상승 쪽에 무게를 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7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5년(2012~2016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13곳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국내 기업들 실적이 2014년 이후 3년 연속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은 2014년을 정점으로 찍고 내려오면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4분기 실적 예상이 가능한 코스피 기업 180곳(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을 추렸을 때 이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7조7000억원, 34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5% 감소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4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오히려 4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49.8%로 더 늘어난다.
올해 3분기에도 전체 상장사 매출은 0.33% 감소하지만 '투톱'을 빼면 1.21% 증가로 변모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버팀목이 됐던 이들 '투톱'이 오히려 실적 호전 추세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2014년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206조원이었지만 작년 200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매출 200조원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지만 순이익은 2년 연속 늘어나면서 이익률은 개선되고 있다. 반대로 현대차는 매출은 늘어나는데 영업이익이 감소(2015년 6조3000억원에서 올해 5조7000억원)하고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대비 투톱의 시총 비중도 줄고 있다. 2012년 20%에 달했던 삼성전자 시총 비중은 작년 15.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다시 회복 중이다. 현대차는 2012년(4.29%) 이후 4년 만에 시총 비중이 반 토막 났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3년까지 '투톱'이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면서 주가지수가 상승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묶이는 '박스피'로 이어졌지만 2014년 이후 투톱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의 기초체력이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어 내년에는 주가의 추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이 대폭 줄어든 데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든 점도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2791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407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14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실적 호전에 외국인은 지난 6일 코스피200 선물을 1만1431계약 순매수했다. 이는 작년 8월 24일(1만8914계약)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대세 상승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내년 유가가 상승해도 기업들이 버틸 힘이 생겼다. 내년에도 정보기술(IT) 분야가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실적까지 개선되면 코스피 전체의 상승 동력이 배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분기 실적 부진 예상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6~7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1배로 낮은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2300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