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금리인상 리스크…파생상품 710조원 규모

증권사 총 자산의 절반에 달하는 188조원 규모의 채권이 금리 인상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가 약정한 710조원 규모의 금리 관련 파생상품도 금리 변동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향후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시장금리의 향방이 증권사 실적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줄 것을 증권사에 당부했다.
민병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14일 증권사 최고위험관리자(CRO) 간담회를 열고 “수익 추구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희생해서는 안된다”며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헤지포지션 조정, 듀레이션 축소 같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증권사의 금리 관련 익스포져는 보유채권과 CP가 각각 188조원, 7조5000억원이다. 또 증권사가 금리와 관련해 약정한 파생상품 규모가 710조 7000억원, 금리 기초 파생결합증권(DLS)은 13조4000억원에 달해 금리가 증권사 실적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이 4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증권사별로 손실규모에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 증권사의 경우 4분기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을 때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부담이 커질 것도 우려했다. 10월 말 현재 증권사의 전체 채무보증 규모는 23조5000억원인데 이 중 약 67%가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에 해당된다. 민병현 부원장보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성이 증가해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이행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보증이행으로 취득한 유동화증권의 재매각이 지연되거나 담보가치가 하락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자체 스트레스테스트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자산 1000억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융투자협회 자체 모범규준으로 시행하고 있는 증권사 자체 스트레스테스트를 규정으로 강제화할 방침이다. 민병현 보는 “스트레스테스트 모델을 개발하고 정교화해 스트레스테스트의 수준과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박윤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