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규모별로 대형 IB(투자은행) 혜택을 차등화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지만 자본효율성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삼성증권은 보통주 1286만주를 신규 발행하는 354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현재 3조8000억원 수준에서 4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앞서 지난달 삼성증권은 자사주 836만주, 총 2900억원 어치를 삼성생명에 매각해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4조원대 이상으로 자기자본을 키운 곳은 삼성증권 뿐만이 아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1조7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한국금융지주에 1조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지급하고 한국금융지주가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1조7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기존 3조3000억원에서 4조200억원으로 증가했다.
후발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가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끌어올렸고 메리츠종금증권도 메리츠캐피탈을 인수해 자기자본을 2조2000억원대까지 키웠다.
증권업계 1위의 통합 미래에셋대우도 합병기일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내년에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이익 3000억원을 적립한 뒤 나머지 1조원 가량은 자사주 매각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KB투자증권도 현대증권이 합병한 통합 KB증권도 합병 후 자기자본이 3조9800억원까지 늘어난다. 4분기 이익을 합하면 자기자본 4조원 돌파가 가능하지만 4분기 업황이 부진할 경우 증자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은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 때문이다. 당초에는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 3단계에 나눠 신규업무 범위가 차등화됐다.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서면 발행어음을 통해 IB 업무에 필요한 자금을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기업 고객에는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하면 은행 통장과 비슷한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개설할 수 있고, 은행에만 허용되는 부동산 담보 신탁 업무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이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 2분기까지 증권사들이 4조원, 8조원의 허들을 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본이 늘어나는 것만큼 이익이 늘지 않아 자본효율성은 더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3분기 기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3.9%로 은행권의 7.7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전날 삼성증권이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자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존 사업 영역인 브로커리지나 금융상품 판매 등은 자본이 추가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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