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명 전망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월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로 인한 대규모 리콜(제품 결함에 따른 보상)로 한때 150만원대로 추락했지만 이후 '폭주기관차'와 같은 상승세다. 최근 한 달(11월 23일~12월 22일)간 주가는 10.3% 올랐고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육박하고 있다. 연초 대비 22일 주가 수익률은 무려 43.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반도체 명가' 인텔 주가가 7.2% 오른 것을 감안하면 고평가 논란도 일어날 수 있지만 오히려 주가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매일경제신문이 대신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IBK투자증권·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삼성전자 주가 수준과 전망에 대해 긴급 설문한 결과 이들 5개사의 내년 삼성전자 예상 주가는 평균 212만6000원에 달했다. 이달 1일 증권사 예상치 평균(194만3000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목표주가를 9.4% 올린 것이다. 이 같은 예상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 주가는 22일 현재보다 17.5% 상승 여력이 있다.
주된 이유는 삼성전자 주가가 여전히 저렴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추정치를 근간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 수준이다. PER는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이 버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PER는 다른 업종과 달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국가 PER에 대한 할인 없이 바로 해외 업체와 비교가 가능하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인텔(13배), 마이크론(14.6배)보다 PER가 낮아 현 수준에서도 투자 매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해외 반도체 기업과 PER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 배당수익률(1.7%)도 높아져 향후 애플(2.2%)에 근접한다면 또 다른 재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분기 대비 41.6%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IT주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경기 회복 자신감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경기가 좋아지면 IT제품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 폭증으로 낸드(NAND) 수요가 급증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황이 호전되면서 두 분야 모두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 분야가 호황기에 진입한 데다 잉여 현금을 주주 환원 정책에 쓰겠다는 발표로 기업 가치가 한 단계 올라섰다"며 "현 수준에 매입해도 매수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가상현실(VR), 스마트홈과 같은 4차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3D 낸드 가격이 상승하며 높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이 예상된다"며 "다른 해외 업체들이 이제 막 흑자 전환을 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5개사 중 가장 낮은 목표주가(195만원)를 제시한 이창목 센터장은 "중국이나 아시아의 IT 투자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공급과잉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과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스마트폰 제품 신뢰도를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년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요소로 인적 분할과 지주사 전환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계열 펀드사가 삼성전자에 인적 분할과 배당을 요구한 이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은 '양날의 검'이란 의견이다. 양기인 센터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배당과 지배구조가 개편된다면 이는 상승 요인이 되겠지만 지주사 전환이 지연될 경우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을 얻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