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제철거가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강제철거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협의체' 제도를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사전협의체를 운영하지 않는 정비사업 조합은 행정지도·감시와 같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서울시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을 고시했다. 지난 2013년 정비사업 이해당사자 간 사전협의가 가능하도록 도입한 사전협의체를 조례 개정을 통해 법제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법령이 아니라 행정지침으로 운영해 왔다.
조례 개정에 따라 앞으로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는 조합이 아닌 구청장이 맡게 된다. 공공 부문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5~15명 규모의 민간 전문가를 협의체에 포함시켜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로써 공무원, 법률·감정평가 전문가 등이 협의체에서 머리를 맞댄다. 협의체 회의 장소도 기존의 조합사무실에서 구청·주민자치센터 등 공공시설로 바꾸며 공공성을 확대했다.
아울러 사전협의체 구성 시기도 앞당겨졌다. 기존에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협의체를 구성하게 돼 있었는데, 조례 개정에 따라 이제는 분양신청기간 종료일부터 30일 이내에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서울시는 보상금액이 분양신청 완료 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협의 기간을 늘리면 보상금과 제반사항에 대해 더욱 원만한 합의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조례개정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 3단계 중 가장 '협의조정' 단계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3단계 중 1단계인 '사업계획(구역지정)'과 3단계인 '집행(이주·철거)'에 대한 세부업무 처리기준도 마련해 5일부터 시행에 나섰다. 앞으로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는 단지의 노후도, 세밀도 등 물리적 평가를 넘어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주 단계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이번 조례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와 실효성을 확보했으니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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