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38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가 예정된 가운데 공급 확대에 따른 일시적 전세금 하락을 기회로 삼으려는 실속파 세입자들 발걸음도 바빠졌다. 특히 다음달부터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4월까지 굵직굵직한 대단지들이 대거 집들이에 나서면서 값싸고 품질 좋은 새 아파트를 구하려는 이들에게 기회의 문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4월까지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7만906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5.5% 급증한다. 수도권에서만 2만7479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이 중 절반 가까운 1만3572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청약열풍이 거세지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했던 물량들이 하나둘 입주를 시작했다.
향후 3개월간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서울 대단지들이다. 이달 5일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와 다음달 말 입주가 예정된 종로구 경희궁자이(2415가구),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1910가구)이 주목된다.
아파트 공급이 단기간에 몰리면 전세가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시장경제 논리상 수요는 일정한데 갑자기 공급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 세입자를 받아 아파트를 매매한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많다면 전세가 하락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전세 수요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실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대표 단지가 센트라스다. 지난해 11월 30일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정부 대출규제가 엄격해지고 인근 대단지 옥수파크힐스 등의 입주가 겹치자 전세금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센트라스 전용면적 59㎡의 경우 지난해 8월 거래된 전세금이 평균 4억8000만원에 육박했으나 올 1월 4억1000만원대로 떨어졌다. 불과 6개월 만에 14%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달 초 고층 물량이 3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3억5000만원이면 맞은편 한진그랑빌(2001년 준공) 동일 면적 전세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지별 차이는 있으나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대단지 대부분 전세금이 최근 하락세다. e편한세상신촌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잔금을 정해진 날짜까지 못 내면 연체료가 붙어 급한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를 내놓고 있다"며 "잠깐 살 집을 구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중심으로 이런 전세 매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인근 B공인 관계자도 "전세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저렴한 전세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도 풍부해 매력적인 전세 물량은 금방 소진된다"고 전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역전세난이 가장 극명했던 과거 사례는 2008년 잠실이다. 당시 3만가구에 달하는 재건축 단지 입주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자 신축 전용 84㎡의 전세가격이 2억원대 중반에 형성됐다. 강북과 별 차이 없는 돈으로 송파구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당시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이 잠실로 몰렸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돼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었고 불과 2년 만에
[정순우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