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파고가 급기야 금융회사들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어려운 상황에 맞서 적과 손 잡는다)'까지 초래했다.
신한은행과 현대카드가 최근 핀테크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해외송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결정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 계열사에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있지만 과감하게 경쟁회사인 현대카드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아들였다.
23일 신한은행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현대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송금 플랫폼 사업을 위한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영국의 해외송금 서비스 회사인 커렌시클라우드도 제휴회사로 참여했다. 커렌시클라우드는 연간 212개국 40개 통화를 대상으로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다. 이 회사가 외화송금 서비스와 관련해서 국내 금융회사와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얼마나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는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의 경우 100만원을 보낼 때 3만~4만원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송금시간도 최장 3일까지 걸린다. 반면 비트코인이나 P2P(개인 대 개인) 방식을 이용하는 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은 수수료를 절반 아래로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요시간도 1시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신한은행과 현대카드의 이번 제휴는 정부가 지난해 연간 2만 달러 이내 소액 외화이체업무를 허용한데 맞춰 핀테크 시스템을 활용한 해외송금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 회사는 올해 안에 국내 고객이 두 회사의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클렌시클라우드의 송금 네트워크로 해외에 외화를 싸고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소액 송금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한·중간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국내 최초의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인 '엠폴리오'를 출시하는 등 핀테크 경영을 주도해 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은행이 독점해왔던 외화송금 시장이 개방된 것은 위기이자 또다른 기회"라며 "이 분야 선두 기업들과의 제휴를 발판삼아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현대카드와 과감하게 제휴를 맺은 것도 핀테크 분야에서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향후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부터 정태영 부회장이 내건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슬로건 아래 앱으로 신용카드 사용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락앤리밋, 카드번호 유출을 막는 가상카드번호,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샷까지 3종의 모바일 카드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카드사 중 핀테크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핀테크 사업 동향 파악과 현지업체와의 협업을 위한 거점 사무소인 '디지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국 베이징에도 같은 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통합 모바일 플랫폼인 '신나는 한판'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은행, 카드, 증권, 생명 등 금융계열사별로 일일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만 가능했던 계좌·상품정보나 잔액조회 서비스를 앱 하나, 로그인 한번 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인 S뱅크를 이용하는 고객이 S뱅크 앱에 로그인한 후 '신나는 한판' 메뉴를 클릭하면 굳이 신한카드 앱을 별도로 깔지 않아도 카드 예정결제금액과 명세서, 승인내역 확인이 가능하다. 기존 신한카드 앱 '신한 판(FAN)' 고객 역시 해당 앱에서 은행 예·적금 가입과 통장·카드 동시 개설과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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