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분기 추천펀드를 뜯어보며
최근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서울·수도권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일반인 펀드투자자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령이 높을수록 펀드 정보를 얻을 때 금융회사 직원을 의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은행 및 증권사 직원의 설명을 통해 펀드 정보를 얻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대(67.8%), 50대(53.6%), 40대(43.9%), 30대(39.9%), 20대(35.4%)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펀드 운용보고서를 "받았지만 읽어보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5.1%, "받아본 적이 없다"는 비율은 5.8%였다.
펀드에 투자하고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는 몇 명이나 될까. 위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 운용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은 응답자의 39.3%가 "이해하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그 다음이 "'귀찮아서'와 '바빠서'"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하나 얻게 된다. 증권사 등 판매사가 펀드 개인투자자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이 예상 외로(?) 크다는 점이다. 펀드를 고르고 선택하고 투자하고 환매를 하기까지의 주체는 개인투자자 본인 몫임에도 여러 이유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년, 매분기, 매월 쏟아지는 증권사 추천 펀드를 맹신하는 투자자가 많다. 특히 펀드에 처음 입문하는 초보투자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회 초년생인 20대 최 모씨 역시 주택 자금을 제외한 자산의 대부분을 은행 예·적금에 묵혀뒀던 전형적인 '은행 붙박이'였다. 그런 그가 최근 펀드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대로 곤두박질 친 바닥금리 때문이었다. 다만 그는 "수십 개 운용사가 내놓은 수천 개 펀드 중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고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운용사, 증권사 관계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일관됐다. "추천은 추천일 뿐 결국 손실은 투자자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즉, 펀드에 대한 이해 없이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펀드 투자 고수들의 얘기도 비슷했다. 펀드로만 2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한 개인투자자는 기자에게 "내가 투자한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어떤 게 있는지, 심지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어떤 경력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수익률을 기대하는 건 허황된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증권사마다 정기적으로 내놓는 추천 펀드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섹터별, 지역별로 중복되는 펀드를 구분해 투자 트렌드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본인의 투자 성향과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가 8대 증권사로부터 취합한 1분기 추천 펀드 112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이들 증권사는 '미국' '고배당' '원자재'를 투자 유망 3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중복 추천을 통해 증권사들이 꼽은 펀드들은 제각각이었지만 펀드 유형별로는 크게 △국내 대형주 주식 △고배당 기업 투자 △미국 비중 확대 △글로벌 금리 인상기 진입 수혜 펀드 △자산배분·인컴 펀드로의 접근을 제시했다. 세부 펀드별로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펀드는 '베어링 고배당 펀드'로,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이 1분기 유망 펀드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추천 펀드의 경우 대세적인 투자 트렌드를 익힐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하면 좋다"면서 "다만 참고자료일 뿐, 남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펀드라고 휩쓸려 가입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증권사 일선 PB(프라이빗뱅커)센터에선 회사별 추천 펀드들을 투자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이 있다. 펀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고민서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