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감사위원회 모범규준 만든다

공인회계사회가 국내 4대 회계법인들과 손잡고 국내 기업들의 '감사위원회 모범 운영규준' 마련에 나섰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겠다는 취지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인회계사회는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회계법인과 '감사위원회 모범 운영규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맺었다. 이들 회계법인은 오는 2월부터 자문 교수단과 함께 연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감사위원회 지원부서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평가받는 삼정KPMG를 주축으로 진행된다. 모범 운영규준은 이르면 4월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운영규준은 강제성은 없지만 일단 '모범 기준'이 나오게 되면 기업과 감사위원회가 이 기준을 따르려고 노력할 것이란 점에서 위원회의 독립성이 제고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감독권을 가지는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 내부 감사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미국과 달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있지 않아서다. 또 일부 공기업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감사로 배치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모범 운영규준'에서는 감사위원의 선임에서부터 역할과 책임을 아우르는 일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감사위원회의 모습과 기능이 제시된다. 특히 감사위원회와 기업 감사실의 유기적 연계 방안도 담긴다. 감사위원회의 최저투입 업무시간 기준도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KPMG에 따르면 연 기준으로 미국 상위 200대 기업의 감사위원회 업무 평균시간은 한국보다 2배 이상 긴 252시간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713곳 가운데 감사위원회를 둔 기업은 286곳으로 전체의 40% 수준이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위원회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별도의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삼정KPMG는 2015년 감사위원회 지원센터(ACI)를 신설하고 외부에서 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했다. 올해부터는 '감사위원회저널'을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등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삼일회계법인도 지난해 6월 감사위원회센터(ACC)를 만들고, 박기태 부대표를 초대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딜로이트안진 역시 '기업지배구조 발전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Y한영회계법인은 별도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김대기 기자 / 전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