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난으로 파산을 신청한 법인이 사상 최대치인 739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된 데다 자금시장도 얼어붙어 한계기업들이 자금을 수혈받을 길도 막힌 탓이다. 특히 조선·해운 업종의 불황 유탄을 정면으로 맞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서 2015년에 비해 파산 기업 수가 65%나 급증했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의 파산신청은 73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접수된 파산신청 587건에 비해 25.9% 증가한 수치로 현행 법인 파산 절차를 규정한 2006년 통합도산법 출범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파산 신청 건수는 첫해인 2006년과 그다음 해인 2007년 각각 132건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10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법인 파산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법원의 결정을 통해 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권리관계를 해소하는 일종의 '법인 사망신고'다. 파산 신청을 한 기업 수가 사상 최고라는 통계는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궁지에 몰린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지난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체감경기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2개월간 최저 수준인 87.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중견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과 유럽 시장의 위축으로 지난 한 해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내수 경기도 부진해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독 부산·울산·경남 세 지역의 파산 신청 증가세가 가팔랐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부산·울산·창원 세 곳 지방법원에 2016년 접수된 파산 신청은 81건으로 전년도 49건보다 65.3%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한진해운과 STX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해운 업종
얼어붙은 자금 시장도 이들 업체의 소생을 방해하는 요소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이달 10일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15년 대비 10조원 감소한 7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