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금융 포퓰리즘 법안 광풍이 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뒤처진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혁파가 급선무지만 오히려 우물안 개구리식 규제장벽만 더 쌓아올리고 있어 심각한 후폭풍이 염려된다.
매일경제신문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중인 금융 관련 제·개정안 86건을 분석한 결과 20건이 반시장적인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비전문가인 의원들이 발의한 금융법안 4건중 1건이 현실을 도외시한 대중영합적인 법안이란 얘기다. 이들 금융포퓰리즘 법안은 겉으로는 서민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질서를 왜곡해 금리를 올리고 대출 문턱만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설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령과 성별, 학력 등을 이유로 금리 등 대출계약조건을 대출자별로 부당하게 차별할 경우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법, 상호저축은행법, 대부업법 개정안도 이날 함께 발의됐다.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 대출을 대상으로 한 이 법안은 기업 규모별로 대출금리 등도 차등화하지 말 것을 규정했다.
이와관련해 금융권은 현실을 도외시한 대중영합적 금융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돈을 꾸어달라는 사람과 회사의 신용도를 분석해서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기본적인 업무 영역이인데 의회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반시장적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당한 차별 금지' 같은 선언적인 문구는 그렇다쳐도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인들에 대한 대출금리 우대 등 신용등급 심사에 기반한 정상적인 시장금리 책정까지 간섭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간섭"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호한 법 규정이 무분별하게 해석될 경우 오히려 서민 우대 금리 등 정상적인 대출금리 '구별'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한국은행법 개정안은 한 술 더 뜬다. 개정안 골자는 대출금을 성실상환한 차주에게 만기가 되면 금융사가 받은 이자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성실이자 환급제'다. 금융사들이 일정한 리스크를 감안해 산출한 대출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했다고 해서 일부를 돌려주라는 것은 금융회사 영업의 근간을 흔드는 반자본주의적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이와관련해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금리와 상품 등은 금융사가 시장시스템하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는게 정상"이라며 정치권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입법은 "법률 만능주의"라고 꼬집었다.
주요국보다 5년이나 늦게 출범하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정치권 은·산분리 규제 완화반대 움직임때문에 발걸음을 떼기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이학영 의원 등은 내달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은산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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