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증권업종지수는 연말 대비 무려 12%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2%)보다 6배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 주식 거래 위축과 채권금리 급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증권주 주가가 저조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상승세를 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의 절반 이상을 주식매매거래 위탁에 의존한다. 작년 12월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5000억원대로 쪼그라들면서 수수료 수익도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관련 자기매매 이익도 크게 급감했다. 이로 인한 타격으로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6.6% 감소했고, 교보증권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기관·외국인투자자들은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시장 여건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미래 먹거리 창출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미래에셋대우(22%), NH투자증권(19%) 등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대형 증권사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합병으로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국내 1위 증권사로 거듭났으며,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6000억원으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과 레버리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2위 규모를 자랑하는 이 두 회사가 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지주(11%)나 대신증권(8%)처럼 증권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나 저축은행 같은 자회사들을 고루 갖춘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주력 자회사인 증권사의 실적 감소에도 자회사의 실적 뒷받침으로 작년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가 4% 증가한 메리츠종금증권도 시장 여건과 별개로 기업금융 특히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꾸준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거래 부문에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고객 기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에도 증권주 주가는 장부가 대비 여전히 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현재 증권 업종의 향후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 수준으로 장부가에도 못 미친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PBR는 0.6배 수준"이라며 "두 회사 주가는 미국발 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실적 대비 주가 저평가에 힘입어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대형 IB 출범이란 호재의 '약발'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기자본을 늘린 증권사들이 그에 걸맞은 규모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오히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하락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6년 전인 2011년 정부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사에 기업신용공여, 프라임브로커 업무 등을 허용하면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렸지만 실적은 기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