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망치는 포퓰리즘 법안 ◆
미국(1995년 출범), 일본(2000년 출범)보다 20년 가까이 늦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영업에 나서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1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함께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세미나를 주최하는 두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은산분리 완화에 강력 반대해왔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대표적인 은산분리 완화 반대론자다.
기존 은행의 대항마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역할을 하려면 대규모 자본 확충과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자본 확대가 불가피한 이유다. 영업 개시 준비 중인 K뱅크나 카카오뱅크 모두 KT와 카카오라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민주당 일부 의원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해 주는 내용의 특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 확대 반대 프레임에 갇힌 이른바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에 강력 반발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월 10일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인터넷은행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사업을 주도해야 할 주요 주주인 KT(K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 등의 증자가 힘들어져 제대로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현행법하에서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KT 주도 K뱅크는 오는 3월 말 정식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고, 카카오뱅크
K뱅크 관계자는 "문재인계 의원들이 은산분리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주로 재벌의 금융사 소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T는 오너(경영주)가 있는 재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산분리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