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망치는 포퓰리즘 법안 ◆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30%대 법정금리 상한을 27.9%로 내린 데 이어 또다시 연 20%로 낮추자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 의원은 "대부업 최고금리가 2015년 34.9% 수준에서 27.9%로 떨어졌음에도 대부업체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서민들의 빚 부담을 줄이고 가계부채가 시스템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최고금리를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소위 진보·개혁 성향 전문가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법정금리 인하로 불법 사금융이 오히려 판을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부업 금리 인하는 좀 더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며 "시장 가격체계를 손보는 법안은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부업계 자금조달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 의원의 법정금리 상한 하향조정 법안을 서민 입법이라고 쓰고 반(反)서민 입법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대부업 최고금리를 적정수준 이하로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자나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호영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법·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행은 채무 불이행 위험을 고려해 금리를 산정하는데 연체 없이 대출금을 상환한 차주는 이러한 위험을 스스로 해소한 만큼 이자 일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하지만 이는 돈을 빌리는 비용이라는 이자의 기본 취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C급 법안'이라고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황당한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은행들이 추가된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평균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자를 돌려준다면 금융사들은 최초 대출 시 대출금리를 올려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부담해야 대출받을 수 있는 낮은 신용도 고객들이 몰리는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빌린 소비자가 물건값을 내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기초적인 전제인데 돈이라는 물건을 빌리면서 돈값인 이자를 제때 냈다고 해서 이렇다 할 혜택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대출금리 차등금지'를 내세운 은행법 등 6개 법안 개정안은 이미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 도입으로 깐깐해진 서민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이는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신용등급 체계 선진화를 통해 연이율 4~10%대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려는 금융당국과 금융권 전반의 서민금융 정책들이 잇단 포퓰리즘 법안으로 무용지물이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정석우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