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사주 매입주(株)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책으로 꼽히며 주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지리한 횡보 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한 코스피 7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의 2배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9일 까지 코스피 공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우, SPC삼립, 성보화학, 엔에스쇼핑, 현대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7개 종목이 각각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이날까지 평균 수익률은 5.5%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 1.9% 보다 낫다.
이중 삼성전자는 올해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같은 자사주 매입은 배당 보다 더 자주 이뤄지고 이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많아 개인 투자자에게 호재이고 기업 입장에서도 오너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분석이다.
이날까지 삼성전자 자사주 취득·체결 금액은 4006억원, 삼성전자우는 803억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의 분명한 호재였다. 이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2014~2016년) 5차례의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중 4번 주가가 올랐다.
작년 1월29~4월14일 까지 3조122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주가는 13% 상승했다. 작년 4~7월 2조1300억원을 살 동안에는 주가가 17.6% 급등하기도 했다. 작년 7~9월 기간에는 1조8800억원 어치를 샀고 이 기간 주가는 2% 올랐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24일 자사주 매입 신고 이후 0.6%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달 26일 장중 2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가 나왔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 이후 4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자사주 매입 기간을 차익 실현에 이용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에도 기관,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지만 버텨내며 상승했다"면서 "사상 최고가 수준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향후 실적 개선과 함께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들은 주가 부양 차원의 자사주 매입 성격이 짙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SPC삼립은 2015년 8월 41만원 까지 치솟았다가 올 초 16만원대로 추락했다. 지난 1월 4일 이후 86억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는 14% 넘게 상승하며 반등 중이다.
자동차 차체 자동용접 설비에 강점이 있는 우신시스템은 지난 1일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주가가 22% 뛰기도 했다.
성보화학은 작년 영업이익이 2015년 보다 60% 줄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지난
다만 현대산업, 엔에스쇼핑은 공시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에도 주가가 대거 하락하는 등 무조건 호재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실적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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