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 그룹 경영권 분쟁중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을 대거 처분한 가운데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매물로 나온 주식의 상당 부분을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은 22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 주식 중 6.88%(173만883주)를 팔았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4.83%에서 7.95%로 줄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회장 측이 지난 17일 롯데쇼핑 주식 일부를 블록세일(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했다"고 밝혔다. 처분가격은 22만6000원으로 블록세일을 위한 기관 수요조사 당일(16일) 종가(25만4000원)보다 8.9%낮은 가격이다. 총 매각대금은 3912억원에 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블록세일이 진행된 지난 17일 외국인과 국내기관이 롯데쇼핑 주식을 각각 101만주와 54만주씩 순매수 했다"며 "평소 거래량이 몇만주 수준에 그쳤던 것을 볼때 매물의 상당 규모를 미국과 유럽계 펀드 등 해외 기관 여러 곳이 나누어 받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지분 매각 건과 관련 신 전 부회장 측은 "매각 대금은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을 위한 차입금 상환, 한국에서 신규사업 투자 등 용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광윤사 차입금'의 경우 일본 롯데가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상대로 83억엔(약834억원)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며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금 대답' 건은 지난달 말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탈루가 확인된 아버지 롯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2100억여원 증여세를 대신 낸 부분을 말한다. 신 전 부회장은 이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달에만 롯데쇼핑 주식 250만 주를 담보로 최소 2000억원 이상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거론된 '한국 신규사업 투자' 부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매각 재원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기업을 사들여 본격적으로 한국 내 사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과 같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
[손일선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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