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국고채 3조4769억원, 통안채 4조402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원화표시 채권(원화채)을 담았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도 1조619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 2100선 돌파를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주식과 안전자산 중 하나인 채권을 동반 순매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경기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과 원화 강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1200원대에 머물던 달러당 원화 환율은 22일 오후 1140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원화 강세가 심해지고 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원화값이 치솟으면서 1140원 선까지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수출 지표가 4개월 연속 뚜렷한 회복세를 그리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월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2.3%, 12월 6.4%, 올해 1월 11.2%를 기록한 이후 이달 20일 기준 26.2%까지 늘어났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원화채 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지난주 1년 이하 단기채를 중심으로 순매수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며 "견조한 대외건전성과 원화채의 높은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최대 1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원화값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원화채 매입에 나선 것은 바로 환율에 따른 변동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폭보다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상승폭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폭이 작은 단기채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섰다. 2017년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순매수 대금 3조4769억원 가운데 2조1593억원(62.1%)이 만기 5년 미만 단기채에 몰렸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20년물과 30년물의 순매수 대금은 각각 1909억원, 1850억원에 불과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연초부터 계속 높아지면서 신흥국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신흥국 벤치마크 가운데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순매수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지수 선물시장은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올해 들어 최저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정체를 보였지만 21일 코스피가 2100선을 상회하면서 선물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매수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지난 21일 하루 동안 5500계약을 순매수한 데 이어 22일에도 장중 4000계약 이상을 사들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결제 약정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신규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위험 선호 현상이 늘어나면서
같은 날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에 힘입어 2100선을 지켜냈다. 개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 가운데서도 외국인은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LG화학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