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법개정안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증시 큰 손인 외국인들은 지배구조 관련 수혜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만 해도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어 모회사나 지주사격 회사의 기업가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지주사를 정점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한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인 종목은 포스코로 작년 10월 이후 27일까지 5개월간 누적 순매수금액만 1조2245억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에도 외국인이 4261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27일 종가기준 주가는 연초 대비 8.73% 가량 올랐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지배주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포스코는 3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도 국내에서 가장 선진형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외이사제 도입과 분기 배당제 등 주주권익 보호 행보에도 늘 앞장섰다. 포스코는 지난달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지배구조를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았음에도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에 외국인의 매수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는 6월 인적 분할이 예정된 오리온 역시 이달 들어 외국인이 421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가 같은 기간 11.71% 급등했다. 오리온그룹은 최대주주 등이 28.45% 지분을 가진 오리온을 중심으로 수직형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분할해 다시 지주사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외국인 지분율이 작년 11월 40.83%에서 현재 42.28%으로 늘었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인 오리온은 '한한령' 쇼크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제과 부문과 자회사 쇼박스의 영화 부문이 작년 실적에 타격이 미미한 것으로 밝혀지자 외국인은 주가하락을 매수기회로 삼았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오리온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6.6배로 중국 현지 과자 업체 평균(20.0배)보다도 낮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과 지주사 전환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풍부한 현금흐름을 차입금 상환과 투자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해외자회사와 중간 지주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 장기 주주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지주사 체제를 최초로 정착시킨 범LG그룹 지주사도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LG전자·GS홈쇼핑 등 계열사들의 가파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한 몫했다. LG는 2월 이후 외국인이 222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주가가 5.91% 올랐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LS를 130억원어치 순매수해 주가를 연초대비 12.31%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향후 지주사 체제 전환이 예상되는 종목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롯데쇼핑의 경우 연초 이후 2242억원을 순매수하며 15.75%이던 지분율을 19.12%로 올렸다. 업계는 호텔롯데 상장과 별개로 롯데쇼핑 등의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적자를 기록하는 롯데쇼핑의 해외자회사를 투자회사로 하고, 국내 법인을 사업 회사로 하는 인적분할이 이루어져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7일 주총에서 분사 및 지주사 전환이 통과된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11월 인적분할 발표 직후 연말까지 외국인이 495억원을 순매수했다. 현재는 외국인보다 기관투자가가 집중매수에 나선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전망에 비해 분할 신설회사 업종(로봇산업, 전기전자, 건설장비)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높아 인적분할은 기업가치가 재평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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