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작년 10월 사상 첫 발행한 달러표시채권이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시중에 나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날릴 일이 없는데다 연 3% 이상의 금리(10년물 기준)를 주는 까닭에 발행 당시에도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주문이 쇄도했던 인기 상품이다.
더욱이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으로도 발행할 일이 거의 없을 '희귀 채권'인 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투자매력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VIP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채 판매를 시작했다. 최소판매금액은 유안타증권 5만달러(한화 약 5700만원), 신한금융투자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다.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상품이다보니 최소판매금액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게 해당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10년물의 표면금리는 3.25%이며 세전수익률은 3.45%(3일 기준)다. 미국 국채 10년물에 비해 1%포인트(3일 기준 2.47%) 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높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부자 국가 중 하나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유가 급락에 유례없는 재정난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재정 부족을 극복하려 사상 처음으로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 안정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이 몰려들었고 이에 당초 계획했던 100억~150억달러 어치보다 더 많은 175억달러(약 20조원) 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신흥국사상 최대 국채 발행기록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1으로 일본과 동일하다.
양철욱 신한금융투자 FICC 과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으로는 이 같은 국채를 더 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희귀한 상품"이라며 "이슬람 국가들은 종교적 특성상 이자를 주는 일반 채권 대신 배당을 주는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주로 발행하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반 채권이 나오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h)는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기생 행위 또는 부당이득으로 간주한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수쿠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달러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이 채권을 눈 여겨 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장동혁 유안타증권 채권상품팀 과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달러자산을 일정 비중 보유하고 싶지만 미국 국채를 사기엔 수익성이 아쉬운 투자자라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채를 편입할 것을 추천한다"며 "국제 유가가 안정되는 추세여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전 만큼의 재정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낮고 향후 국가 신용등급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려 175억달러 어치가 발행된 까닭에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점도 큰 장점이다.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가 원할 때 쉽게 환매할 수 있다. 양철욱 신한금융투자 FICC 과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채권금리가 떨어질 때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려면 원하는 시점에 매매가 가능해야 하므로 채권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유동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했다. 3년 이상 보유하면서 10% 가량의 수익률은 올린 뒤 더 나은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환매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특히 10년물은 3년 이상 보유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적용 받을 수 있어 세금 측면에서도
물론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투자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0년 이상 장기채권의 경우에는 채권 가격에 이미 금리상승 전망치가 어느정도 반영되기 때문에 매우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지지만 않는다면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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