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시행된 화폐개혁은 인도 내에서 많은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 정책으로 인해 시중 유통 현금의 87%가 사용 중지됐고 시민들은 신권으로 교체하기 위해 은행과 현금인출기 앞에 장시간 줄을 서는 등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런 충격에도 인도 경제성장률은 화폐개혁 시행 전 전망치보다 겨우 0.5%포인트 하락했을 뿐이다.
최근 크고 작은 인도의 도시를 직접 방문할 일이 있었다. 출장에서 살펴본 결과 화폐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초까지 인도의 경제 상황은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폐개혁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둘째주부터는 완전 뒤바뀌었다. 특히 준도시 및 지방에서 영업하던 많은 영세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아 사업을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신규 화폐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재산이 10~30% 정도 감축되는 등 일부는 화폐개혁이 부의 몰수라고 말하며 정신적 충격과 함께 너무 가혹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현재 인도는 현금 의존성이 굉장히 높고 소득 축소신고가 워낙 만연해 있기 때문에 조세포탈자들에게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예전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화폐개혁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단일부가세(GST) 정책을 좀 더 원활하게 수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가 가지고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번 경제 개혁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기업과 시민 모두 성숙한 자세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기업은 정부가 모든 주요 간접세를 GST 하나로 통일하는 세제 정책과 함께 합리적인 예산안을 발표하며 불안 요소를 해소하자 사업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자들 또한 근본적인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인 방향을 위해서라며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 주식시장은 화폐개혁 이후 연말까지 하락세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모디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꾸준하게 기업과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개혁을 시행했다. 주(州) 경쟁력 리포트나 GST 정책으로 기업 비즈니스 사업을 도모했고 11억개의 생체정보 수집(아드하르) 스마트 ID카드 발행, 250만개의 은행 계좌 유
[라울 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CIO][ⓒ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