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심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로 '피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드 악재에다 미국 금리 인상 예고, 국내 대통령 탄핵 리스크까지 겹치며 외국인의 삼성전자 선호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에 대한 주요 매수 주체별 매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달(1~7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순매수(4358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대형주 순매수 규모(9217억원)의 47.3%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2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208억원이나 사들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2012년 8월 9일(3257억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올해 들어 지난 1월(-3511억원)과 2월(-6707억원) 내내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이달 증시에서 사드 악재가 불거지자 돌연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월 말 삼성전자 주가가 다소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 기회가 생긴 데다 이달 들어 사드 악재가 불거지며 외국인이 사드 관련주를 팔고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있다"며 "사드 악재가 지속된다면 외국인의 이 같은 매매 패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0만원이 넘으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여전히 싸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수익비율(PER)은 작년 말 11.4배에서 올해 예상 실적 기준 9.5배로 떨어졌다. 올해 기준 미국 애플(15.6배)과 인텔(12.7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무는 "사드 악재만 해소된다면 삼성전자와 다른 종목까지 함께 오르는 '액티브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사드 관련 종목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다. 대형주 중 사드 영향권에 속한 화장품(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유통(롯데쇼핑·이마트·현대백화점), 항공(대한항공), 중국 매출 비중 높은 곳(GKL·LG디스플레이·롯데케미칼)까지 총 10곳의 순매도 규모는 이달 5거래일 동안 150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가 4.6% 오른 반면 이들의 주가 평균 수익률은 -5.9%로 대조를 이뤘다.
사드주를 팔고 삼성전자를 사는 외국인 패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증권사가 사드 관련 종목의 예상 실적을 낮추고 목표주가를 하향한 데 이어 실제 주식도 팔고 있는데 외국인도 이를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들(금융투자)은 이달 이들 10곳에 대해 모두 순매도로 돌아섰고 총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7일 현재 20.45%에 달한다. 작년 9월 말 18%에서 5개월 만에 2%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