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으로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이 걷히자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박스피 탈출 여부와 상관없이 대형주 위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 오른 2097.35를 기록했다. 대통령 파면 결정 직전에 21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 폭이 둔화됐다.
외국인은 오전에 코스피 주식을 팔다가 오후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9일 4448억원에 이어 이날도 1587억원 넘게 샀는데 시가총액 100위까지 대형주만 197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나머지 중형주는 184억원 순매도, 소형주는 13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선물시장에서도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200선물을 1470계약 순매도하다가 매도 폭을 500계약 밑으로 줄였다. 코스닥은 이날 오전 한때 600선이 무너졌다가 상승 전환했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출렁거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날 탄핵 발표 전후로 외국인이 선·현물 시장에서 발 빠르게 '태세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향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형주 위주로 매수 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직후에도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 대거 순매수로 전환한 바 있다. 외국인은 탄핵 기각 결정 직전 2주간 2조2000억원을 순매도하다가 결정 직후 2주간(5월 14일~6월 1일) 1조4000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이 기간 6.2% 급등한 반면 코스닥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실적을 동반한 대형주가 더 빨리 상승한다는 얘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004년 국내 탄핵정국과 작년 브라질 탄핵정국 직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뛰었는데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 이익 증가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탄핵 리스크로 신흥국 대비 주가가 덜 올랐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브라질 보베스파지수와 아르헨티나 메르발지수는 각각 11.3%, 10% 오른 반면 코스피는 3.4% 상승에 그쳤다.
이승준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상무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고 있고 기업 이익이 2013년 저점을 기록한 이후 5년째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최소한 코스피지수가 그간 약 10%의 디스카운트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00선 '허들' 넘기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드 악재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이날 LG생활건강은 소방점검으로 인한 항저우 공장 영업차질 소식에 이 종목 주가가 전날 대비 0.99%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 롯데쇼핑과 같은 사드 관련 대형주도 소폭 하락했다.
배성영 KB증권 연구원은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대기업 제재가 나타나 실제 타격을 받는 종목과 일단 심리적 영향만 받는 종목 간 하락 폭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달 외국인이 대거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 비중이 40%를 넘어 일부 종목에 대한 편식 현상만 강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탄핵 결정에 따른 국내 정치 불안심리 해소가)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국내 수출주의 타격과 중국 사드 문제가 해결돼야만 의미 있는 수준의 주가 상승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부사장
[문일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