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배럴당 49.28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보다 4배나 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유가 하락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은 하루에 원유 약 842만배럴을 생산했지만 최근 이 양은 하루에 900만배럴로 늘어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따뜻했던 미국 겨울 날씨가 원유 재고를 늘린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업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올해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1조6929억원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3.1% 늘어난 3조228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에쓰오일이 1조4000억원 안팎, SK이노베이션이 2조8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 두 기업 모두 적자를 봤던 2014년은 물론 실적 회복세였던 2015년과 비교해도 올해 성적이 더 나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동안 올랐던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정유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증권가 견해다. 지난 10일 에쓰오일은 보통주 1주당 5700원, 종류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보통주 1주당 6400원, 우선주 1주당 6450원의 배당을 결의한 바 있다. 이익이 급락하지 않는 한 고배당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가 급락을 막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