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예정인 강동구 둔촌주공 단지 전경. [매경DB] |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말 대비 이달 초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2.1% 떨어져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재건축 이주 여파로 2015년 아파트 전셋값이 15.6% 급등한 이후 조정이 나타났고 인접한 하남시에서 아파트 공급이 꾸준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명일동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해 2월 3.3㎡당 1201만원 하던 것이 올해 2월 1164만원으로 37만원(3.1%)이나 내려갔다. 상일동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고덕리엔파크3단지는 전세가 나오기가 무섭게 나가는 지역인데 몇몇 물량은 몇 개월째 소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상일·명일·암사동 등 강동구 동쪽 지역에서 나타난다. 대규모 이주를 앞두고 있는 둔촌·길동·성내동에서는 정반대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강동구에서 재건축을 위해 이주가 진행되는 단지는 4~5개로 약 9300가구다. 상일동 고덕주공5단지 890가구는 지난 1월 이주가 시작됐고,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 880가구도 오는 6월 이주가 이뤄진다. 길동신동아 1200가구, 둔촌주공 6000가구도 올 하반기 이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천호뉴타운 2구역에 속한 80가구도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연내에 이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둔촌동 탑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둔촌푸르지오 전세 가격은 전용 84㎡가 5억1000만~5억3000만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분위기는 상승세"라며 "고덕주공과 둔촌주공 이주가 본격화하면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길동 B공인 관계자는 "GS강동자이 전용 84㎡ 전세 물건이 2개밖에 없다"며 "둔촌주공 이주가 결정 나면 전세 가격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덕동 K공인 대표는 "6월께 고덕주공6단지 이주가 시작되지만 11월 고덕주공4단지 680가구가 입주한다"며 "고덕동은 앞으로 입주 물량보다 이주 물량이 많아 전세금이 다소 강세를 띨 전망"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동네에 따라 이처럼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규모 이주가 나타나는 지역과 대규모 입주가 나타나는 지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강동구 서쪽 지역에선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고, 동쪽 지역에선 대체로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공부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도록 재건축 때 인근 지역으로 이사 간다"며 "이 때문에 한 지역에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인근 지역 전세 가격만 끌어올릴 뿐 거리가 다소 떨어진 곳 전세 가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과 달리 강동구 아파트 매매시장은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둔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나타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투자 심리를 다소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개편된 것도 강동구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대표는 "매매 가격은 전세 가격과 달리 이주 수요보다는 금리나 부동산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강남 지역은 소위 '전국구'로 강남 외 지역에서도 유입이 활발하지만 강동구는 주택 매수 자금이 지역 내에서만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
[용환진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