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중심 지주사 전환 부각
이처럼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낸 것은 '사소해 보였던' 공시에서 출발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계열사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 139억원을 받는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브랜드는 통상 그룹 지주사가 소유해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국내에서는 SK, LG그룹 등이 대표 사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게 된 현대차가 향후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기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핵심 계열사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가 지주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오너 일가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할 경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활용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이 현대차 대비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오너가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올리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를 뒤엎는 현대차 중심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3형제' 기업분할 뒤 합병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계열사 지분 보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을 분할하면 각각 현대차 투자회사는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투자회사 3형제'을 합병할 경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 지주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방안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경영권 위협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아울러 분할 합병 시 저평가돼 있던 계열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며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자기자본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4배에 그칠 정도로 저평가 돼 있다. 그만큼 주가가 보유 계열사 지분 등 자산가치보다 못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당 시나리오의 가장 큰 맹점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거꾸로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윤 연구원은 "3형제 기업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합병 시점에 오너 지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며 지배력이 취약해진다는 점에서 '후순위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지분을 매집해 삼성그룹과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배구조 이슈로 현대차 지분을 매집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더해지며 주가 상승 탄력이 더욱 커졌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 랠리 과정에서 소외돼 왔던 현대차 주가의 '키 맞추기'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는 그간 비중을 낮췄던 자동차 업종 채우기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루머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브랜드를 소유한 현대차가 사용료를 받게 된 것"이라며 "이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