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저평가된 고배당 지주사가 향후 중장기 투자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주사 투자는 주가 수준이 높은 대형주나 일반 주식시장에서 살 수 없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대체투자라는 개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27일 매일경제신문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5대 지주사의 저평가 여부를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Sum of the parts)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LG의 기업 가치 대비 할인율이 46%로 현재 주가 수준이 지주사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SOTP는 지주사의 상장 계열사 가치와 자체 사업 가치, 브랜드 가치를 합산한 후 순차입금을 뺀 기업 가치 환산법으로 현 주가 수준을 대입해 얼마나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령 LG 기업 가치가 100이고 할인율이 46%라면 현 주가 수준은 기업 가치 대비 54%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저평가된 셈이다.
한화 할인율이 45%로 그다음 저평가된 상태이고 SK(31%), CJ(26%) 순으로 나타났다. GS는 핵심 자회사인 GS칼텍스가 비상장사여서 제외됐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상장사 가치 환산 때는 분석자의 주관적 지표가 과다하게 포함되기 때문에 다른 지주사와의 상대 비교가 무의미해진다"며 "지주사의 자체 사업이 많다면 할인율이 다소 낮게 나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LG의 경우 지주사 LG가 보유한 LG전자, LG화학과 같은 계열사의 지분 가치에 비해 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와 같은 자회사 15곳에서 받는 수익 대비 주가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지주사는 개별 기준 수익 구조가 크게 세 가지로 배당수익, 브랜드(상표권) 사용수익, 임대수익이다. 지주사 LG의 배당수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2015년 말 2144억원에서 작년 말 2612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상표권 수익은 2568억원에서 2478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LG가 계열사로부터 'LG'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받는 돈은 2527억원으로 SK(2332억원·3년 계약분을 1년 평균으로 나눔), 한화(949억원), CJ(770억원), GS(672억원)를 제치고 국내 1위다. LG의 부동산 임대수익도 매년 늘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LG는 그 자체가 고배당주이기도 하다. 순이익 대비 현금배당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015년 24.2%로 코스피 평균(22%)보다 높았다.
눈치 빠른 외국인은 저평가에 배당성향이 높은 LG를 최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27일까지 최근 8거래일 연속 LG를 순매수 중으로 올해 들어 이날까지 순매수 금액이 1021억원에 달한다. 올해 주가도 지난 24일까지 17.8% 올라 지주사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들어 주가가 5.2% 오른 GS는 또 다른 다크호스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6배 수준으로 5대 지주사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 2015년 기준 배당성향이 28.9%에 달해 배당 매력도 갖추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65억원가량 순매수 중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SK는 외국인이 올해 들어 700억원가량 순매도하고 있다. SK의 PER와 PBR는 각각 11.4배, 1.05배로 다른 지주사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SK의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SK의 발목을 잡았던 발전 자회사이자 비상장사인 SK E&S의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SK E&S는 SK의 100% 자회사로 작년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2015년 대비 46%나 감소할 정도로 부진했다. 이 때문에 상장사 지분 가치 분석에 유용한 SOTP 기준에선 SK 주가 수준이 저평가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SK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증가의 절반을 SK E&S가 담당할 정도로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의 작년 기준 배당성향이 27%로 크게 높아진 점도 투자 매력을 상승시키고 있다. 지주사 투자는 특정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의 위험도를 감소시킨다는 이점도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주사 SK는 종속회사 287곳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 지주사에
■ <용어 설명>
▷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Sum of the parts) 기법 : 다양한 사업별로 가치를 평가해 합산하는 기업 가치 분석 방식. 지주사나 건설사처럼 사업 분야가 다양한 업종을 비교·평가할 때 주로 쓰인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