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외 변수 속속 등장
금융당국 협의를 거쳐 80% 규모의 무담보채권 출자전환과 선수금환급보증(RG) 우선 발급에 동의한 시중은행들도 채무재조정안 동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회계법인의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 통과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협은 2019년 4월 만기 회사채 600억원 중 절반인 300억원가량을 직접투자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3·23 경영정상화 방안은 5회차의 사채권자 집회가 각각 가결되고 개별 기업어음(CP) 보유자들이 모두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는 조건부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이다. 따라서 신협이 해당 사채권자 집회에 불참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경영 정상화 방안은 무산되고 P플랜이 가동된다. 보유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특정 회사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더불어 신협 역시 뚜렷한 캐스팅 보트가 되는 셈이다.
신협 관계자는 "출자전환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고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내년 2월 신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의사 결정을 쉽사리 내리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투자나 위탁투자 방식으로 3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와 CP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관건이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 키스라인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최소 2542억원어치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나 CP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1352억원어치, 자산운용사들은 1190억원어치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집계되지 않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을 모두 합치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회사채 및 CP(1조5500억원)의 20%에 해당한다.
벌써부터 P플랜 돌입을 전제로 보유 회사채 손실 처리를 준비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손실은 1분기에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데 폭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채권 대부분을 손실로 처리해야 하니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분식회계를 빌미로 소송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이 분식회계 기간에 발행됐던 회사채인데 이는 사기 발행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소송을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금을 위탁한 수익자인 연기금과 시중은행들에 채무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자산운용사도 있다. C자산운용사는 이미 지난주 한 시중은행에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위탁운용을 통해 약 1200억원어치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는 자산운용사들로부터 다음주까지 채무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다. 이처럼 제2·3의 캐스팅 보트가 대우조선해양 항로를 결정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이 "삼정KPMG 실사보고서 없이는 출자전환, RG 전담 등 확약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 담당 부서 부행장들 차원에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동의를 했지만 여신심사위원회 등 은행 내부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데 정확한 실사보고서 없이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사보고서
[정석우 기자 / 김효혜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