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부정적이었던 올해 서울 주택시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사회 혼란이 줄어든데다 우려했던 경기지표가 생각보다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달 31일 매일경제신문이 학계, 건설업계, 금융업계,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된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값이 3%안팎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한 전문가가 42%를 차지했다. 5% 상승, 10% 상승 답변까지 모두 합치면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답한 전문가 비중은 48%에 달한다. 작년말(30%)보다 응답 비중이 1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또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문가도 40%로 작년말 28%보다 12%포인트 늘어났다.
반대로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는 12%에 불과했다. 작년말 42%에서 무려 30%포인트가 줄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전에 재건축을 서두르는 단지가 많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까지 관리처분을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단지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로부터 재건축 준공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임에 따라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부동산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도 작년말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작년 말에는 11.3 부동산 대책과 각종 부동산 금융규제로 시장 충격이 컸고 촛불시위 등 정국도 혼란스러웠다"며 "하지만 올 들어 재건축이 살아나면서 부동산 강좌를 열면 객석이 꽉 차고 매수 의뢰자가 급증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업계도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하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는 서울 주택시장 전망에 대해 '현 수준 유지'에서 3%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구 대표는 "탄핵으로 정국이 빠르게 안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시중 여유자금이 아직 부동산 외 갈 곳을 못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을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경제연구기관들도 좀 더 누그러진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 하락에서 '현 수준 유지'로 견해를 수정했다. 신 위원은 "규제강화와 금리인상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4대문 안 구도심과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이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 전체적으로는 보합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조사에서 3% 하락을 예상했지만 이번에 3% 상승으로 시각을 전환했다. 조 위원은 "연초에 예상보다 양호한 소비, 수출 등 경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악화 우려로 주택시장 둔화를 막으려는 정부가 정책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서울 주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를 공급이 못따라가기 때문이다. 종로, 중구 지역은 기존 아파트 재고량이 3만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직주근접을 지향하는 주택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 서울 주변지역 전망도 작년말보다 좋아졌다. 지난번 조사에서는 3%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4%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10%로 6%포인트 늘어났다. 5% 이상 하락을 점친 전문가도 22%에서 14%로 줄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한강변 재건축 열기가 서울 주변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몰리고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주택경기도 일종의 관성을 따르기 때문에 갑자기 경기가 얼어붙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분
강은현 EH경매대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김성제 코람코자산신탁 동향분석팀장
김세원 내외주건 이사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치완 한국토지신탁 기획팀장
김혜현 알투코리아투자자문 이사
나한익 노무라증권 조사실장
문관식 부동산 칼럼니스트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박천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손상준 도우I&D 대표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송인호 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
유재기 공인중개사협회 이사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부동산 수석 컨설턴트
이상근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창동 지지옥션 경매선임연구위원
이창무 한양대 교수
임성환 알리안츠생명보험 WM센터 부동산팀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최상헌 대림산업 마케팅 팀장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황규완 대신증권 책임연구원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실장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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