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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금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금리는 방향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르는 국면인지, 내리는 국면인지를 봐야 합니다. 일단 지금은 오르는 국면인 건 확실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서서히 올리고 있거든요. 지난 몇 년간 미국은 초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미국은 대공황 당시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금리를 올려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이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췄습니다. 게다가 양적완화(QE)로 불리는, 중앙은행이 돈보따리를 무더기로 푸는 통화정책까지 시행하며 시중에 돈이 넘치도록 했습니다. 금리라는 게 쉽게 설명하면 돈을 구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거니까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금리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겠죠.
하지만 미국 경기는 최근 들어 완연하게 올라온 견고한 모습이고,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건 2015년 12월부터입니다. 최근 들어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지난해 12월에 한 번 올리고 고작 3개월이 지난 지난달에 또 올렸거든요. 많게는 올해만 두세 차례 더 올린다고 하니 전 세계가 비상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지금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나라들도 따라서 올려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게 미국 국채인데, 상식적으로 한국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금리가 더 낮으면 말이 되겠어요? 이런 식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금 유출 방지를 위해 덩치가 작은 나라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올리는 게 상식이죠. 그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 현상이 올해 관측될까요. 그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도 크게 휘청이게 될까요.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이 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경제 체력이 완연하게 올라온 미국과 달리 한국 경제지표는 허약합니다. 가계부채 잔고가 끝을 모르고 밀고 올라가는 상황에서 자칫 기준금리를 성급히 올렸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습니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사인이 신호탄이 되어 주식시장 폭락 장세도 연출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한국은 극단적으로 한미 금리 차가 역전되더라도, 즉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은 기이한 장세에도 금리 인상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이런 시기가 한 번 있었습니다. 그것도 최근에요. 2004~2007년이 바로 그때입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높을 때입니다. 하지만 이때 우려했던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값 폭락 장세도 연출되지 않았고요.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을 거란 의견도 팽팽합니다. 얼마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야심 차게 추진 중이던 '트럼프케어' 법안을 철회하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그동안 금리가 오른 주요 변수 중에 하나가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 따른 기대감이었는데, 이게 약발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거죠.
더 나아가 트럼프가 과연 금리 인상을 바라는지 그 자체가 의문입니다. 트럼프의 핵심 공약은 미국 수출 경쟁력 확대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입니다. 이를 위해 달러는 강한 것보다는
[홍장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