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양주업체의 무자료거래가 드러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일이 있는데요. 한 대형 맥주회사에서도 리베이트 등 불법적 거래 의혹이 저희 mbn 취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강태화 기자입니다.
서울에 있는 OB맥주의 물류센터.
강태화/기자
-"전국의 도매상들은 주문한 물건을 이렇게 일일이 가지고 갑니다. 하지만 OB맥주측은 이 물건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mbn이 입수한 한 주류 도매회사의 배달 장부입니다.
운송장 수백장 가운데 주문대로 배달돼, 확인 도장이 찍힌 건 단 2장뿐입니다.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도, 그 물량이 어디에서 유통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 : OB맥주 물류센터 관계자
-(갑자기 10박스 가져가다 100박스를 가져간다면?) "그건 이상한 거다." (조치를 취하나?) "우리는 본사에서 주라는대로 준다. 송장과 차번호만 확인하고 주라면 줘야한다."
덤핑시장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 덤핑시장 관계자
-"이쪽 시장에 나오게 되면 삥장사(무등록 도매상) 등에게 간다. 물건도 그런데로 흘러가고..."
불법으로 흘러나온 술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터뷰 : 주류업계 관계자
-"열집 중에 한두집은 그런 데서 가져온다고 보면된다." (돈 아끼려고?) "그렇다."
인터뷰 : 주류업계 관계자
-"지난해 12월에 단속이 한참 돌다가 이제 뜸해졌다. 우리도 올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불법 유통이 가능한 근본 이유는 속칭 '밀어내기'와 리베이트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사는 술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돈도 받지 않고, 할당량을 도매상에게 떠넘기는 대신 판매 수당을 지급합니다.
인터뷰 : 주류 도매상
-"한 짝당 얼마를 리베이트로 주겠다는게 성행한다. 도매상은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 싸움에 골탕을 먹고 있는거다."
실제로 그 규모는 엄청납니다.
한달 평균 3~4천만원이던 매입규모는 '밀어내기'가 시작된 뒤 9억원까지 늘어, 1년여만에 백억원이 넘는 술을 팔았습니다.
심지어 서울 물류센터에 물량이 부족해지자 거래하지 않던 의정부와 미금, 하남에서까지 물건을 끌어왔습니다.
인터뷰 : 주류 도매사 관계자
-(암암리에 이뤄지나?) "그렇지. 절대 모르게...해당 도매상과 제조사만 아는 것이고...(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어서 말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도매상은 약자니까..."
이에 대해 OB맥주 측은 리베이트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 OB맥주 관계자
-"10년전, 20년전 이야기라면 몰라도 최근에 그렇다는 것은...리베이트는 정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mbn이 입수한 OB맥주의 장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OB맥주는 도매상이 국세청에 적발돼 문을 닫은 뒤, 물건을 많이 팔아줘 고맙다며 '용기대금'이라는 엉뚱한 명목의 1억9천만원을 보냈습니다.
리베이트 자금이라는 의혹이 가는 대목입니다.
OB맥주측은 결국 말을 바꿉니다.
인터뷰 : OB맥주 관계자
-"아시다시피 이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이다. 우리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굳이 기사화해야 되겠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 황태호/공정위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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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경영을 내세운다는 대형 맥주회사들은 지금도 모순된 유통구조를 비웃으며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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